유흥식 추기경, “계엄 참담...헌재 더 지체할 이유 없어”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이다.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22일 [가톨릭평화방송](cpbc)에 따르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영상담화’를 통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였다.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시라”면서 “올바르면서도 조속한 회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명백히 밝혀주시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윤석열 일당이 저지른 ‘12·3 내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말 고국에서 벌어진 계엄 선포라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해제를 의결함으로써 국가적 비극으로 치닫는 일은 일단 멈췄고 수많은 국민이 추위를 뚫고 광장과 거리로 나와 함께 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시간은 혹한을 지나 3월 하순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은 채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유 추기경은 “법은 상식과 양심으로 해결이 안되는 일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사회의 최후보루”이며 “따라서 되도록 상식과 양식 안에서 해결될 수 있어야 좋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양심이라는 말이 빛을 잃은지 오래다. 이미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마음을 넘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며,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하는 사회 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담화’ 발표 이유에 대해서는 “가까운 언론 종사자들, 사회 지도층과 종교계의 많은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비상계엄 후 우리나라의 무질서하고 어려운 현실에 대해 저의 솔직한 의견을 표시해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