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도광산 강제동원 조선인 희생자 독자 추도식 개최

주일대사,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노동자 애도’ 추도사(전문)

2024-11-25     김치관 기자
정부는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조선인 기숙사(제4소아이료) 터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을 독자적으로 개최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정부는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조선인 기숙사(제4소아이료) 터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독자적으로 개최했다. 강제동원과 한국인(조선인) 희생자를 분명히 밝힌 것.

앞서, 일본측은 정부 대표로 차관급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24일)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가졌고, 우리 정부 대표와 유가족들은 불참했다.

외교부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독자적 추도식은 박철희 주일본대사 주관으로 이루어졌고, 유가족 9명 및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비용 지원을 받아 24일 일본측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일본에 도착했지만 불참하고 이날 우리의 독자적 추도식에 참석한 것.

박철희 주일본대사는 추도사에서 “고향으로부터 800km 넘게 떨어진 곳, 말도 통하지 않고 사방이 바다로 가로막혀 있는 섬에서 땅속 깊은 곳의 열기와 돌가루에 휩싸여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을지,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반드시 돌아가리라는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자 얼마나 많은 밤을 힘들게 버텨내셨을지, 저희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80여년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박철희 주일본대사는 추도사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조선인 노동자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또한 “해방 후 귀국하셨지만 사고 후유증과 진폐증 등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분들에게는 그 어떤 말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면서 “사도광산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견뎌내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했다.

이철희 대사는 “오늘 이 하루가 가혹한 환경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신 모든 한국인 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진정한 추모의 날이 되고, 이 추도식이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독자적인 추도식을 개최한 의미를 되새겼다.

유가족들은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이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외교부는 지난 7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시 찬성했고, 당시 일본측 대표는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하였다”면서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측은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추도식 마저 한국측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당국과 추도식 참석을 협의해온 우리 외교부는 일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이며, 24일 추도식 날짜부터 잡아놓고 유가족들을 데려갔다가 독자적 추도식을 하고 돌아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외교부는 24일 오후 독자 추도식을 결정하고 “내일 우리 자체 추도 행사 개최는,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23일 출국한 최종 9명의 유가족은 오는 25일(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에서 별도의 독립적인 추도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애먼 돈 쓰고 일본까지 가서 이 무슨 망신이며, 이 무슨 수모인가?”라며 “윤석열식 ‘퍼주기 외교’, ‘막장 외교’의 처참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철희 주일본대사 추도사(전문)

오늘 우리는
이곳 사도광산에서 고통을 겪다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넋을 기리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80여년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사도광산에서 고생하는 가족을 그리며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견뎌내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향으로부터 800km 넘게 떨어진 곳,
말도 통하지 않고
사방이 바다로 가로막혀 있는 섬에서
땅속 깊은 곳의 열기와 돌가루에 휩싸여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을지,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반드시 돌아가리라는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자
얼마나 많은 밤을 힘들게 버텨내셨을지,
저희로서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생전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한 채
영영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한스러운 마음,

그리고 해방 후 귀국하셨지만
사고 후유증과 진폐증 등으로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분들에게는
그 어떤 말도 온전한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도광산의 역사 뒤에는
이같은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하루가
가혹한 환경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신
모든 한국인 노동자들을 기억하는 진정한 추모의 날이 되고,
이 추도식이
돌아가신 한국인 노동자분들과 유가족분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80여년전의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진심을 다해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추도식 준비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 11. 25.

(자료 제공 - 외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