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패도봉, 가을의 절정을 만나다!
[산행기]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한북정맥 15구간
고영균 /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원
산행일자 : 2024년 10월 27일(일)
구간 : 울대고개~사패산~포대능선~도봉산~우이암갈림길(정맥길)~우이암~원통사~우이동(접속구간)
거리 : 12km(접속구간 3km)
시간 : 7시간 30분(점심, 휴식시간 포함)
참여 인원 : 11명
오랜만에 한북정맥 산행에 동행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 남양주 도심을 걸었던 4월 이후 결합이니 7개월 만이다. 그럼에도 어제 만났던 사람들인 양 친근하고 반가운 대원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서울 근교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산길이 끊기고 아스팔트 옆 인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구간이 많아 훼손된 정맥길에 아쉬운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오늘의 산행은 사패산과 도봉산을 종주하는 길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대장님의 계획에 따르면 아침 9시에 산행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조금 빨리 출발지에 도착했다. 여유가 생기니 울대리 표지석 앞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가방도 다시 정리하면서 출발을 준비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일까? 대장님이 등산로 입구를 못 찾고 헤매신다. 오동진 후미대장님도 입구를 찾기 위해 길을 만들며 풀섶을 헤치고 김래곤, 전병덕 대원 등은 지도어플을 켜고 입구를 찾는다. 심주이, 서효정 대원 등은 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대장님이 일부러 입구를 헤매시는 중이라며 농담을 나눈다.
어찌어찌 입구를 찾아 산을 오르기 시작은 했는데 정확히 여기가 길이다 느껴질 만큼 명확하게 길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니 또다시 심주이 서효정 대원 등이 대장님이 확실하게 길을 찾으실 때까지 따라가지 말로 후미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가끔 대장님이 정방향으로 가지 않으시고 딴 길로 인도하실 때가 있다며 바로 뒤에 따라가면 고생한다며 웃음꽃을 피운다.
이지련 단장님은 전날의 업무가 과하셨는지 평소와 달리 후미로 쳐져서 따라오시기에 앞선 대원들이 자주 뒤를 돌아보며 염려를 한다. 그래도 많이 떨어지지 않고 잘 따라오셔서 대원들이 한시름 놓는다.
처음 사패산 정상에 오른다는 서효정 대원은 경치가 너무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인증사진을 찍는 산객들이 많아서 서둘러 단체사진을 찍고 심주이 대원이 꺼내 놓은 귤을 하나씩 먹으며 잠시 쉬어 간다.
오늘은 왠지 정상석 인증사진을 열심히 찍지 않고 몇몇 대원들만 셀카로 인증샷을 남긴다. 전용정 대장님이 대원들을 사패산 정상석 너머로 더 데리고 가서 지난번 걸었던 길과 오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설명해 주신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서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도봉산 신선대 아래까지 조금씩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점진적인 오르막길이다 보니 서서히 숨이 차오른다. 오랜만에 서효정 대원의 특유의 호흡소리가 새어 나온다.
포대정상에 올라 멋들어진 바위에 감탄하며 단체사진을 남기고 한 고개 오르다가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자리잡고 점심을 나눈다. 평소보다 인원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리가 더 좁아서 두 무리로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사람이 워낙 많은 주말인 데다가 단풍구경을 나선 산객들까지 모여들어 도봉산 정상 인근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때문에 Y계곡을 우회하고 길게 줄 선 신선대도 오르지 않고 바로 우이암 방향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우이암 쪽으로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면 자운봉,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 주봉 등이 어우러져 멋스런 장관을 보여준다. 이 지역을 ‘에덴동산’이라 부른다고 대장님이 설명해주신다. 카카오맵을 보니 정말 에덴동산이라고 쓰여져 있다.
우이암에 오르는 마지막 계단을 헐떡이며 오르다가 계단 중간쯤에 있는 전망대에서 오봉을 조망하며 다시 단체사진을 남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난간에 발을 걸치고 곡예에 가까운 자세를 잡은 김래곤 대원을 바라보며 다들 조심하라고 하면서도 그 비범한 자세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이암을 조망하는 정상에 올랐지만 뒷풀이 장소에 예약시간에 이르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선두는 바삐 내려가지만 후미는 느긋하지만 바쁘게 우이암을 조망하고 사진도 찍고 뒤를 따른다.
우이암은 원래 관음암(?)이었는데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우이암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고 한다. 북한산이 예전에 삼각산이라고 불렸던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이지련 단장님의 설명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이야기였다.
북한산 상장능선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길이 중간에 입산하지 못하도록 공단에서 차단공사를 해놓았다. 그래도 가려는 사람들은 살짝 돌아서 비탐구간으로 접어들 테지만 말이다. 다음 산행 때 이곳을 지나가게 될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우이역으로 하산하게 되어 발길을 돌린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보니 선두는 이미 안 보이고 방학동 방향과 우이역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동네라며 후미팀을 이끌던 김종택 대원이 자신있게 우이역 방향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설마 선두가 방학동으로 내려가지는 않았겠지요?”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선두가 정말 길을 잘못 들었다. 우이동 하산 후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며 알아보니 방학동으로 내려가셨단다. 더 웃음을 준 것은 그 선두 일행 중 김래곤 대원은 홀로 또 다른 방향으로 하산한 것이다. 어떤 아주머니가 내려가면 만나는 길이라고 안내해줘서 의심없이 쭉~ 내려갔단다.
매번 산행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재미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니 참으로 즐겁다.
뒷풀이에는 산행에 동참하지 못했지만 양호철, 김익흥, 장소영, 권진덕 대원이 결합해줘서 더욱 풍성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장기수 박희성 선생님의 비보가 전해져 마음이 무거웠다. 산행 때면 항상 표찰과 사탕을 나누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선하다. 부디 고향에 가셔서 가족들도 보시고 자주통일 조국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