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소개되는 '평양랭면'...『北朝鮮の 食卓』
[화제의 책] 김양희 박사의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일본어 번역서
"(오늘 만찬을 위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랭면을 가져 왔습니다.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랭면, 멀리 온 평양랭면을...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대로, 2018년 4월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급이다.
이날 저녁 만찬 메뉴로 평양냉면을 내놓기 위해 북측 통일각에 제면기를 설치하고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직접 면을 뽑아 남측 평화의집으로 배달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서울의 평양냉면 식당은 이날 점심때부터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렇게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는 말은, 겉으론 냉담한 듯 했지만 속으론 오랜 세월 서로가 그리워했다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이듬해 겨울 '통일을 기대하게 하는 북한 음식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김양희 지음, 308쪽, 2019.12., 도서출판 폭스코너)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판되자 많은 이들이 열광하며 책에 실린 북녘의 향토음식에 빠져들었다.
지난 11월 5일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의 일본어 번역판 『北朝鮮の 食卓(북한의 식탁)』이 도쿄에서 1쇄 출판되어 화제다.
다섯 번만 먹어보면 자다가도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북 대표음식 '평양냉면'을 비롯해 구수한 닭고기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고기쟁반국수', 언 감자 고유의 약간 쓰고 떫은 맛과 신맛이 깻국물과 어우러지는 '언감자국수' 등 『평양랭면,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에 실린 21가지 향토음식이 온전하게 번역됐다.
또 평양냉면을 대접받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답례만찬으로 빼놓지 않은 '(통일)비빔밥', 남북 정상이 건배주로 애용한 '들쭉술'과 평양이 고향인 '문배주' 등 '화해와 평화의 음식'에 대해서도 그대로, 알차게 소개했다.
역자는 후기에서 "이 책에 실린 북한의 향토음식은 대부분의 일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음식"이라며, "일본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생활속 음식의 맛을 상상하고 사진으로나마 유사체험으로 잠깐의 북한 여행을 하며 그들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땅의 특색이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가 책장 갈피마다 반복적으로 '통일'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는, 일본 독자들에게는 낯설겠지만 '통일'은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자 곧 두개의 정부, 국가로 분단되어 전쟁을 겪은 한반도가 하나로 되는 것, 그 길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재삼 강조했다.
남북의 정식 국호는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지만 각각 '남한'과 '북한'으로 표기했음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