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12차 방위비분담협정 타결...‘물가지수’ 반영키로

외교부 “물가지수 반영·상한선 재도입은 중요한 성과”

2024-10-04     김치관 기자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2일 타결됐다. 우리측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미국측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 외교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던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2일 타결됐다. 협정 유효기간은 5년(2026~2030)이며, 첫 해인 2026년 총액은 11차 협정의 평균 인상율 6.2% 등을 반영한 8.3% 증액된 1조 5,192억 원이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의 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연간 증가율은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11차 협정 당시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했던 데서 CPI 증가율로 바꾸어 적용키로 한 것으로, 11차 6년간 평균 6.2% 인상률에 비해 이번 12차 협정에 따르면 CPI 2% 적용시 3.2%, CPI 2.5% 적용시 3.6% 인상률이 예상된다. 물론 CPI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분담금 인상률도 높아질 수도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1차 협정 첫 해인 2020년 1조 389억원에서 마지막해인 2025년 1조 4,028억원으로 증가했고, 12차 협정에 따르면, CPI 2.5% 예상시 첫 해인 2025년 1조 5,192억원에서 마지막해인 2030년에는 1조 6,769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존 국방비 증가율(10년 평균 5.25%) 적용시는 더 많은 증가액이 추산된다.

외교부 이재웅 대변인은 4일 오후 “한·미가 기존 협정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행 국방비 증가율 대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하고 상한선을 재도입한 것은 이번 협상의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제12차 특별협정 타결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번 협상 타결은 이러한 양국의 공동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 결과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 이번 협정이 폐기될 수도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미국은 행정협정이고, 우리는 조약이다”며 “미측은 행정부에서 승인하면 되고, 우리는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양국 정부 간에 합의를 하고 발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어떻게 되느냐는, 가정적인 상황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 7월 5차 회의 모습.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우리측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미국측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서명한 협정문은 한미 양국의 국내절차를 완료하면 고위급 외교당국자들 간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외교부장관과 주한미국대사가 서명한 적도 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협정 체결을 위한 국내절차(법제처 심사 → 국무회의 심의 → 대통령 재가)가 완료되는 대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며, 이어서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는 ‘총액형을 소요형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단에서도 상당히 주안점 두고 제기했다”면서도 “한미 간의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논의가 됐지만 합의 발표할 만한 사안이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제도 개선 관점에서 볼 게 있느냐 봐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측이 요구했던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 등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SMA 분담금의 기본틀, 군수지원비, 군사건설비, 인건비라는 항목틀을 유지한 가운데 협의하는 것을 초기에 합의했다”며 “추가항목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방위비분담금에서 지출된 ‘역외자산 정비지원’ 비용이 폐지된데 대해서는 “주일미군 항공기가 후방기지에서 오기 때문에 들어온 자산을 정비하는 데 일부를 SMA 분담금에서 부담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의 SMA는 주한미군의 운용, 유지와 관련된 비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12차 협정 첫 해인 2026년 인상율이 11차 협정 평균 증가율인 6.2% 보다 높은 8.3%로 높게 책정된데 대해서는 “11차 협상 중에 분담금이 매년 증액되는 상황에서, 미측 소요가 계속적으로 증가돼 왔기 때문”이라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과 도출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그리고 군사건설 분야에서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분담금 미집행금이 1조 5,000억을 넘는 점에 대해 이 당국자는 다년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사건설’에 쓰일 ‘미지출 금액’이라며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미지출 금액도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지난달 25일자 기자회견문에서 “현 9월 시점에서 11차 협정기간 발생한 미집행금은 불법 부당한 11차 협정 2조의 이월규정 등에 따른 미집행금 7,245억 원과 협정액보다 줄여서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발생한 감액분 5,135억 원 등 무려 1.5조 원이 넘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평통사 등 관련 단체들은 밀실 협상을 규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2차 협상 당시 규탄 기자회견 모습.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이번 12차 SMA 협상이 미국 대선 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밀실 협상으로 진행돼 졸속 협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평통사 등이 “막대한 국가재정이 우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밀실 협상으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횡포이고 전횡”이라며 “한미가 두 자릿수(10%) 또는 그 이상 인상에 합의한다면 이는 우리 국민을 속이고 미국의 요구와 이익을 보장해 준 11차 협정의 대국민 사기극을 재연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해 왔다.

외교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그간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미군 역외자산 정비지원 폐지를 포함하여 다양한 제도개선 조치에 합의함으로써 방위비 분담금 운영의 효율성·투명성·책임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번 특별협정 협의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상호 이해와 신뢰, 동맹정신을 바탕으로, 양측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비교적 신속히 도출하였다”고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