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간토대학살 101주기’에 정부는 성명 하나 안내나”

2024-09-03     이광길 기자

「간토대학살 101주기」를 맞아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2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흔한 성명 하나 내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도쿄 한국문화원을 찾아 고인들을 기리며 “한일 모두 그걸 제대로 생각하고 협력하라”고 제언하고, 일본 언론도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을 인정하고 실태를 밝히라”고 촉구한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광복회는 정부에 묻는다”면서 “이 역사를 눈감아주며 여전히 반성 없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따라 자민당과 같은 입장에 설 것인가, 아니면 “사실을 인정, 실태를 조사하고 역사를 직시하라”는 일본의 양심 있는 소리에 힘을 합할 것인가”라고 다그쳤다. 

광복회는 “한일 양국의 화해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가해자 쪽인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의 마음이 선결조건이다. 일본은 역사와 인류에 대한 진정한 평화애의 정신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정치권도 연일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6일과 7일 방한할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일본 총리와의 회담은 이틀씩이나 진행할 정도로 시간이 남아도는가”라고 비꼬았다. 

“국민의 목소리는 등졌지만, 일본의 국위선양에는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기는 한가”면서 “처참한 외교 실패를 더 이상 한일관계 개선과 공고화라는 그럴싸한 겉치레로 포장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진정 국격과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를 하라”고 다그쳤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원내부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본 사이타마 지사의 애도 앞에 윤석열 정부의 친일매국이 부끄럽다”면서 “관동대지진 발생 100년을 맞이하여, 지진으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영령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라는 오노 지사의 추도문을 인용했다. 

“거짓된 정보에 근거해 조선인을 상대로 학살이 있었던 ‘간토대학살’ 당시, 사이타마로 피신했던 조선인 강대흥 씨가 이 지역 가타야나기 마을에서 자경단에게 살해되어 1923년 9월 4일 새벽 2시 사망한 사건을 추도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 원내부대표는 “그런데 부끄럽게도 정작 피해자들의 편에 서야 할 조국 한국에서는 역사퇴행과 부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 윤석열 정부에서 등용된 ‘뉴라이트 인사들’을 성토했다.

지난달 29일 김동연 경기지사를 만난 이종찬 회장. [사진-광복회]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만나 ‘수도권 독립기념관 추진’ 문제를 논의했다. 

김 지사는 “광복절을 전후해 올바르지 않은 역사인식에 대해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고 올바른 역사관과 소신 있는 말씀을 전해주셔서 존경하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지방정부지만 1,410만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로서 경기도에 독립기념관을 설립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종찬 회장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가장 존경하는 한 분이며 여러 일로 고민이 많은 데 우리 광복회로서 큰 용기를 주는 일”이라면서 “경기도에 독립기념관을 설립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며,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입지선정 등 경기도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광복회 간부들도 “천안의 독립기념관이 수도권에서는 너무 멀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수도권에 최초로 독립기념관이 만들어진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독립기념관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 간부는 “천안의 독립기념관에는 역사를 왜곡해온 독립관장이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독립기념관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광복회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