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와 갈등’, 촛불대행진 참가를 위한 긴 여정

[하태한의 촛불 일지] 105차 촛불행동(2024.8.31)

2024-09-02     하태한 통신원

[하태한의 촛불 일지]를 매주 연재합니다.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주말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가 벌써 100차가 넘었습니다.
비가 와도 폭염에 온 나라가 절절 끓어도 멈춤 없이 어이지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거의 빠짐 없이 참여해온 하태한 통신원의 글과 사진으로 역사의 한 장면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주말인 8월 31일  오후 6시에 시청역 7번 출구에서 105차 촛불행동이 시작됐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오늘 8월 31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열리는 촛불대행진에 참석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 본다. 누구나 보내는 하루지만 오늘은 정말 힘들고 긴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촛불집회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욕망과 의무감으로 무리를 하면서도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는 마음에 극도의 피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하루 전날, 충추 수안보에 4명의 조기축구회 후배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새벽 5시 30분 기상을 한다. 어제 충추 수안보에 4명의 조기축구회 후배들이 방문을 하였다. 고기도 구워 먹고, 저녁산책도 하였고, 편의점에서 맥주로 2차도 마시며 웃고 떠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이다. 새벽에 눈을 뜨고, 한 후배와 새벽 산책을 하면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시골의 정취를 만끽했다. 수안보 숙소로 돌아오니 아직도 숙취와 피곤으로 잠들어 있다. 참고로 나는 수안보에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헌장으로 파견나와 리모델링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아침 7시가 되어서 수안보는 온천이 유명하므로 사우나를 1명은 못 일어나니 3명과 함께 간다. 좋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피로와 숙취가 풀린다. 30분 정도 온천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오니, 남은 친구가 라면과 볶음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모두 맛있게 먹고 나서 쉬기로 했다.

8시 30분, 나는 작업현장에 회사대표와 임원, 거래처 사장님이 방문하기로 되어 있어 미팅을 하기위해 현장으로 나왔다. 하필이면 주말에 현장을 찾아오니 시간도 그렇고, 짜증도 났지만 어찌하리오. 빨리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뻐지기 시작한다.

평소 오전 8시 전에 출발하지만 10시 30분에 서울로 출발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평소에는 오전 8시 전에 출발한다. 운전을 해서 올라가기 때문에 서울집에 도착해서 2시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깔끔한 몸과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하게 된다. 모든 것이 집회에 맞춰진 것 같다.

9시 30분에 미팅을 마치고 후배들은 집정리를 하고, 짐을 챙겨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카페에서 여행이야기, 축구이야기, 오늘 일정 등등을 공유하였다. 물론 커피도 맛있다. 그 카페에서 비틀즈 존레논의 ‘피플 포 피스’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좋은 추억을 한 장 더 만들었다.

10시 30분, 서울로 출발했다. 이 정도 시간이면 도착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촛불대행진에 나갈 수 있다. 충주톨게이트를 거치고, 용인휴게소에 잠시 쉬고, 남광명톨게이트를 나간다.

오후 1시에 서울 구로로 들어갔으나 자동차에서 냉각수 타는 냄새가 나서, 냉각수 부족을 의심하면서 보충도 하고, 미루어 놓은 오른쪽 바퀴 쪽의 우두둑 소리를 잡기위해 카센터에 들렀다. 오른쪽의 조인트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다. 아직도 시간 여유는 있다. 휴식을 1시간 줄이면 되니까.

그런데 조인트를 교체하면서 앞타이어 라이닝패드를 함께 교체하기로 한다. 아직도 냉각수는 보충이다. 그런데 도매상에서 라이닝패드를 잘못 가져와서 다시 갔다온다 한다. 슬슬 열이 오른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간다’는 노래가사만 읇조린다.

라이닝패드외 조인트를 교하고 나니, 냉각수 보충으로 끝나려니 했으나, 방열판이 터졌다고 교체해야 된다고 한다. 다시 주문하고 방열판을 기다린다. 가뜩이나 167키로 2시간 30분을 운전하고 올라와서 힘들어 죽겠구만 이제는 열불이 터진다. 더욱이 수리비는 차값만큼 올라간다. 참고로 차가 2002년 ‘아반테 xd’이다. 꼭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음의 여유는 없는데 시간은 더 잡아 먹는다. 3시간을 잡아 먹었다. 녹초가 되었다.

오후 4시, 수리를 모두 마치고 집에 들어온다. 바로 누웠다. 깊은 잠이 들면 안 된다. 더욱이 아직까지 점심도 못 먹었다. 아내가 있었으나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 괜한 스트레스를 착한 아내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쿠폰도 챙겨준 고마운 분이다.

4시 30분에 허기를 참지 못하고 짜파게티 2개를 삶는다. 집회와 행진을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적극적인 행동을 못 하고, 슬슬 빠질 생각이 나기도 하고,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갈 수도 있다.

항상 집회는 주일에 교회 간다는 자세만으로 샤워도 하고, 복장도 깔끔히 하고, 충분히 쉬고, 간식도 꼭 먹는다. 이러한 준비를 하여도 나갈 시간이 다가오거나,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덥거나 비가 쏟아지면 흔들린다. 더욱이 같이 갈 동료들이 없이 갈 때면 더욱 갈등한다.

그래도 내가 쉰다고, 휴가를 간다고, 정권도 같이 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벌떡 일어나기를 2년째 하고 있다. 그러니깐 2년이 지나도 왜 이 간사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을까? 깃발도 챙기고, 나팔도 넣고, 의자와 깔개도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집회비도 확인한다. 오늘은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5시 20분, 집을 나선다. 늦었다. 마음은 급해지지만 이런 날일수록 마을버스 10번은 더 늦는다. 대림역에서 갈아타고 시청역 7번 출구로 전진한다. 지하철에서 노래를 꼭 듣는다.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결기를 높이고, 선배들이 간 길을 따라가겠다는 맹세는 못 되더라도 좋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오늘은 ‘열사가 전사에게’, ‘국가보안버 철폐가’, 기타 통일노래를 감상했다. 오늘은 지각이다.

오늘의 주제를 담은 손푯말.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촛불행동 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은 각종 부스들이 자리잡았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오늘은 일본군성노예 활동을 계속하는 윤미향 전 국회의원과 사진도 찍고 가슴에는 노랑나비 리본도 달았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6시 10분, 이미 집회는 시작되었다. 사회자의 구호소리 우렁차고, 따라하는 군중의 끝구호 반복은 힘이 실린다. 그래도 상황 부스에 집회비를 내고, 손푯말을 받는다. 오늘의 주제를 담은 구호를 확인하고. 집회장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일본군성노예 활동을 계속하는 윤미향 전 국회의원과 사진도 찍고 가슴에는 노랑나비 리본도 달았다. 집회장에서 만난 〇대 출신 친구들도 만났다. 서로 지인과 함께 오기로 했는데 나는 실패했다.

그래도 너무너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앉아서 깃발도 펼치고 구호도 외치니 혼자 온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집회와 행진이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7시 20분, 행진을 시작해  시청앞을 지나 청계광장, 종각역(전봉준 동상), 광화문역, 이순신동상, 광화문광장 중간까지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7시 20분, 행진을 시작해  시청앞을 지나 청계광장, 종각역(전봉준 동상), 광화문역, 이순신동상, 광화문광장 중간까지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7시 20분, 행진을 시작한다. 시청앞을 지나 청계광장, 종각역(전봉준 동상), 광화문역, 이순신동상, 광화문광장 중간까지 진행했다.

오늘은 매우 피곤했지만, 노래도 따라 부르고, 구호도 따라하고, 깃발도 힘차게 흔들고, 몸도 흔들면서 전진했더니 목이 쉬어 버렸다. 영광의 상처를 간직하고, 열심히 했다는 증표로 오히려 흐믓하다.

내 뒤쪽의 참가자인 전대련 깃발과 조국당 깃발도 더욱 크게 흔들면서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선도차의 젊은 연사들의 모습은 더욱 빛나는 행진으로 마무리되었다.

8시 30분, 정리집회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9시, 근처 식당에서 집회에서 만난 〇대 출신 동료들과 생맥주를 마셨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8시 30분, 정리집회를 한다. 촛불행동 대표 중 한 분의 연설과 문화공연, 공지사항을 전달하고 다음 주를 약속했다.

9시, 근처 식당에서 집회에서 만난 〇대 출신 동료들과 생맥주를 마신다. 무용담을 이야기하고, 정세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마시는 호프는 더욱 시원하다. 이 맛으로 집회에 참석하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음이다. 주로 순대국에 소주 한잔, 빈대떡에 막거리, 국수, 삼계탕 등등 메뉴도 다양해서 좋다.

11시에 지하철을 타고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골목으로 들어서는 가슴 위에는 구겨진 노랑나비 리본 만이 흔들릴 뿐이다...... [사진 - 통일뉴스 하태한 통신원]

11시 지하철을 탄다. 광화문역에서 출발, 신길역에서 갈아타고 구로역에 내리고 버스로 환승해서 소방서 앞에 내리니 12시가 되었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호프의 기운이 무더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간다.

오늘 하루는 모든 기운을 소비하고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마무리된다. 많이 힘든 하루였다. 지금 가로등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서는 가슴 위에는 구겨진 노랑나비 리본 만이 흔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