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광복절..."친일매국정권 몰아내야 나라가 산다"

배척당한 정부 경축식...'비정상적 역사관'에 큰 매질, '혀로 논하는 역사 왜곡' 비판

2024-08-15     이승현 기자
정부 경축식이 열린 15일 오후 '역사왜곡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효창공원내 삼의사 묘역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빼앗긴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시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친일 매국행위'를 하고 있다며  정부 주관 경축식을 배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독립운동가와 후손·유가족으로 구성된 광복회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광복회는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 없다'는 광복절 기념사를 발표하며 정부 경축식이 열린 15일 오전 10시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진행했고, '역사왜곡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오후 효창공원내 삼의사 묘역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직접적으로는 광복절을 앞두고 뉴라이트 성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반발한 것이지만 정권 출범 이후 역사정의는 물론 실정법까지 무시하며 누적되어 온 친일 행각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성격이 짙다.

8.15 광복절 경축행사는 보수와 진보, 여·야의 구분없이 78년간 함께 기념하고 계승을 다짐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79주년 기념식 파행은 초유의 사태일 뿐만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고 사실상 동맹으로 공고히 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행보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역사왜곡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효창공원 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묘와 안중근 의사의 빈 무덤이 있는 삼의사묘역에서 6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과 함께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하고 용산 대통령실 부근까지 3km 도심 행진을 하며 '친일관장 임명 철회와 매국정권 규탄'을 외쳤다.

사회를 맡은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윤석열 정권의 역사 왜곡 시도를 일자별로 소개하며 기념식을 시작했다.

2022년 9월 뉴라이트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2022년 12월 뉴라이트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임명
2023년 7월 뉴라이트 김영호 통일부장관 임명
2023년 7월 뉴라이트 김채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 임명
2023년 8월 홍범도·김좌진·이회영·이범석·지청천 등 독립영웅 흉상 철거 시도
2023년 12월 뉴라이트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임명
2024년 2월 뉴라이트 박이택·오영섭 독립기념관 이사 임명
2024년 5월 뉴라이트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임명
2024년 7월 뉴라이트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임명
2024년 7월 뉴라이트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임명
2024년 7월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2024년 8월 15일 KBS 이승만 미화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 방영
2024년 8월 15일 뉴라이트 정안기 저 『테러리스트 김구』 출간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독립 선조들께서 시베리아 또는 만주 벌판에서 추운 겨울 풍찬노숙하며 애썼던 고난의 세월을 마음속에 기리면 이 무더위를 시원하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위로하고는 "어떠한 명분으로든 일제에 굴복했다면 그건 친일 매국노이다. 어떠한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짧게 인사말을 했다.

미리 준비한 기념사를 통해서는 '마땅히 경축해야 할 해방의 날이지만 부끄럽게도 친일·친독재세력이 활개치는 세상이 다시 오게 된 상황이 되어 광복 79주년을 맞아 죄인의 심경'이라고 하면서 "이 정권은 제 나라도 제 민족도 안중에 없는 사대매국 집단이요 국민을 기만하는 사익 추구세력"이라고 일갈했다.

"불과 2년이 좀 넘는 기간에 모든 분야를 이렇게 망쳐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외교·안보, 민생·경제, 국민통합, 남북관계 등 어느 한 곳 멀쩡한 데가 없을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굴욕외교를 거듭하며 일본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고 남북대결과 전쟁 위기를 조장하면서 국익은 내팽개치고 퍼주기에 여념이 없다'는 지적에 이어 "무엇보다도 이 정권이 자행한 가장 무도한 것인 독립정신과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친일·친독재 극우인사들을 역사관련기관 책임자에 임명한 이들의 한결같은 목적은 '친일파의 명예를 회복하고 독재자들을 복권시키는데 있다'고 하면서 "이들의 전횡을 더 이상 방관하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이 사대매국 세력이 노리고 있는 제2의 역사쿠데타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국회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광복절 경축식이 파행을 겪게 된 것에 대해 "이 사태는 정상적인 국가관과 역사관을 갖고 있는 정상적인,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과 비정상적인 국민과의 싸움"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각자의 성향을 다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더 정상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비정상적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매질을 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의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황운하 의원(조국혁신당)은 "윤석열정권은 친일매국정권"이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윤석열정권을 이대로 두면 기어코 나라를 팔아먹을 것 같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를 팔아먹을 친일매국정권은 하루라도 빨리 몰아내야 나라가 산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권에는 일제의 밀정과 하수인들이 득실된다"며, "이 정권에는 일본 군국주의 전범자가 제정한 나카소네상 수상자들이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 뉴라이트라는 말은 친일파라고 표현해야 맞다"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신분으로 제5회 나카소네 야스히로상을 수상한 것을 지적한 것.

황 의원은 "앞으로 국회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부활한 '일진회'를 하나 하나 반드시 끌어내리고 대통령이 거부하면 탄핵사유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겅축사를 거론해 "일본정부의 역사적 책임을 묻지도, 역사과제 해결을 위한 한국정부의 의지를 밝히지도 않았다. 한편, 독립선열과 애국지사들의 항일투쟁은 자유를 향한 투쟁으로 둔갑됐다"며, "친일정부, 매국정부, 밀정정부의 본색을 명확히 드러낸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또 "(윤 대통령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자유통일 구상은 새로운 통일비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고와는 달리 이승만 시절의 흡수통일 주장, 그리고 기존 뉴라이츠의 행보와 한치도 다르지 않은 낡은 극우적 선동의 반복이었다"고 맹공했다.

이어 "윤석열 세력은 이승만의 부활을 꿈꿀지 모르지만 결국 이승만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윤 대통령의 경축사를 겨냥해 "진정한 광복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윤석열정권의 타도"라고 직격했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윤 정권이 무능과 부패, 경제파탄을 넘어 이제 한일간의 군사동맹을 강화해 미군 대신 자위대를 한반도에 진주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하면서 "광복 79년을 맞이해 애국의 열정과 백범 선생의 뜻으로 다시 한번 제2의 독립운동을 전개하자"고 말했다. 
 

광복회는 15일 오전 10시 개최된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고 같은 시간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앞서 이날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거행된 제79주년 광복절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정부 주관 기념식 불참 사유를 설명했다.

또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이 회장은 "광복절은 침해된 주권을 되찾은 날"이라며,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뉴라이트의 주장은 '우리는 일시적으로 주권을 침해당했을 뿐'이라는 역사인식과는 동떨어진 '왜곡된 역사관'이라고 지적했다.

건국절이 현실화되면 "바로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일제강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우리의 요구가 힘을 잃게 된다"는 것.

"1919년 3월 1일 민중이 일어나 대한독립을 만방에 선언한 3.1절이 있고,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이 있고,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이 있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있다. 어디에도 나라가 새로 세워졌다는 건국절이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근간을 왜곡하는 일에는 반드시 단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광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딛고 우리가 나아갈 도전은 한민족 통일의 길"이라며,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으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일관장 임명철회 매국정권 규탄한다. 효창공원 입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매국정권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