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관리 대책없이 불필요한 '자극적' 해석...'무력충돌 위기 부추기나?'
통일부, 北오물풍선 내용물 분석결과 발표
통일부는 24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폐종이·비닐·자투리천·페트병 등 급조 흔적이 있는 '살포용 쓰레기' △아동용 의류 및 양말 △넥타이, 청자켓 등 과거 대북지원 의류 등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풍선 속 내용물을 통해 북의 열악한 경제상황과 한국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그리고 반사회주의적 일탈과 이완된 수령 옹위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해설' 수준의 분석 결과도 내놓았다.
통일부는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수거한 북 오물풍선 약 70여개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이날 기자들에게 '참고자료'로 돌렸다.
참고자료는 △생활실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기획성 쓰레기' 다수 △심각한 생활난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 다수 식별 △한국산 물품에 대한 반감과 노골적 적대감 표출 △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 표지' 방치·폐기 △해외 유명 상표·애니매이션 캐릭터 무단 도용 △오물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기생충 다수 발견 등 특이사항을 설명했다.
먼저, 풍선에 담긴 내용물은 일반 쓰레기가 아니라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와 비닐, 자투리천을 급조했으며, 페트병은 라벨과 병뚜껑을 제거한 상태로 담아 상품정보를 노출시키기지 않으려는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살포 목적의 쓰레기'가 다수였다고 말했다.
또 북 내부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고 하면서 아동용 의류와 양말이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부터 북에 의류를 지원해 온 업체의 브랜드 천 조각도 대거 살포된 것이 확인했는데, 넥타이, 청자켓 등은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하는 등 한국산 물품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했다고 해석했다.
이밖에 곰돌이 푸우, 미키마우스 등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캐릭터와 헬로키티 등 일본 산리아사의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청바지(스키니진) 등 북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품목으로 단속하는 품목도 식별됐다고 했다.
오물에 대한 전문기관 분석 결과, 오물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사람의 유전자와 함께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하면서 이 기생충들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되었을 것으로 짚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 사용 △비위생적 생활환경에 기인, 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된다고 풀이했다.
특히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의 표지와 '조선로동당총비서로 높이...' 등이 인쇄된 문건 표지가 오물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 표지'에 대한 방치·폐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몇번씩 기워신은 양말', '옷감을 덧대만든 장갑', '구멍난 유아용 바지' 등 설명과 함께 30여점의 사진도 공개했다.
통일부의 이날 '참고자료' 배포는 북의 '오물풍선'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궁금해하는 호기심에 불쑥 먼저 반응한 것으로 보여 의아하다.
지난 달 10일 반북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직접적 계기가 되어 터져버린 북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그리고 이에 대응한다며 시작한 남측의 확성기방송 재개와 추가 오물풍선 재개 등 일련의 사태는 단순히 접경지역 무력충돌에 대한 우려로 그치지 않고 전쟁위기에 대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사건의 선후·인과관계에 대한 설명도 없고, 사태를 안정시킬 대책도 없이 나온 통일부 '참고자료'는 적절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