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 종이폭탄 삐라가 대한민국 경제위기 초래

[칼럼] 안재영의 ‘우표로 보는 북한현대사’ (4)

2024-06-07     안재영

전단지(傳單紙: 일명 삐라)는 종이폭탄이다. 삐라 살포는 가장 대표적인 심리전(心理戰), 즉 전쟁행위다. 한반도는 1953년 7월 이후 지금까지 휴전상태, 즉 잠시 전쟁을 쉬고 있을 뿐이다. 휴전상태의 한반도에서는 총성 있는 무력충돌도 발생했었지만,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6년동안 단 한번의 남북간 무력충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부터 한반도에 남북 간에 삐라살포, 총성없는 전쟁이 먼저 시작되고 있다. 그 발단은,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즉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법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으며, ‘위반자에 대해 3년이하의 징역 및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조항’등이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 결정한 것이다.

2023년 9월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판결 이후,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등 전단살포자들은 2024년 6월초까지 수 차례에 걸처 ‘대북전단지’를 살포하였다. 그 결과, 지난 주부터 북한 쪽에서도 맞대응으로 쓰레기더미와 오물덩어리들을 남한 쪽으로 무차별하게 보내기 시작했다. 이번 북한에서 보낸 오물덩어리들이 헬륨풍선에 매달려 남쪽으로 넘어올 때 우리측에서 군사적 대응을 자제해 남북 간 무력충돌이 없었던 점은 큰 다행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력충돌 없이 ‘대북 전단지’와 그에 상응하는 ‘오물덩어리’들만 오갈 수 있을까? 접경지역 주민 입장에서 보건대 길어도 6개월 이상은 못 갈 것이다.

지금처럼 남과 북이 서로를 적대시하며, 적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과연 종이폭탄만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높이고,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을까? 아니다, 종이폭탄=삐라살포=심리전(心理戰)은 무력충돌로 가기 위한 명분쌓기일 뿐이다.

남북 접경지역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시 어느 쪽에 피해가 더 클까? 2022년 12월 26일자 <BBC> NEWS 코리아의 기사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무역 규모는 “북한 무역, 한국의 0.1% 수준”이다. 남과 북이 무력충돌시 우리나라에 투자되어 있던 외국인들의 투자금들을 급속도로 빠르게 빠져나가게 되고 평균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될 것다. 하지만, 이미 현존하는 최대치의 국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받을 피해는 매우 미미할 것이다.

남북한 간에 종이폭탄 주고받기가 아주 작은 무력충돌로 확대되는 순간, 접경지역 민통선 안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출입이 금지된다. 또한, 접경지 인근의 프로방스, 헤이리, 파주 관광특구 등의 식당 및 임진각 등의 관광지를 찾던 관광객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1998년까지 45년동안 북한 탈북민 총수는 947명에 불과했다. [자료 출처 - 통일부]

대북전단지 살포의 효능은 어떤가? 1953년 7월 27일 휴전이후 북한이 1995~1997년 3년 동안 겪었던 대홍수와 기근 등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무상급식 등 사회주의 정책들이 사라져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음을 경험하기 이전까지인 1998년까지 45년동안 북한 탈북민 총수는 947명에 불과했다.(통일부자료)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 크게 늘어나 현재는 34,000명의 탈북민이 남한땅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이들 34,000명의 탈북민 중 남쪽에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지(삐라)’를 받아 볼 수 있는 북쪽 접경지역에서 탈북한 수는 100명 이하일 뿐이다. 많게 잡아야 100명 이하인 극소수에 해당하는 남쪽의 대북전단지 살포자들은 누구를 위해 대북전단지를 살포하는가? 그들의 행위로 인해 수혜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022년 2월 철원국경선평화학교에서 만났던 토마스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대북전단 살포를 다음과 같은 경우는 금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했다. “첫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때다. 둘째, 제3자에게 피해를 줄 때다. 이 두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때는 상대방을 향해 날리는 전단지살포를 금지할 수가 있다. 단지, 전단지살포자들에 대한 처벌조항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은 과하기 때문에 국제법에 견주어 볼 때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였다.

그렇다면, 대북전단지 살포로 인해 남북 간의 무력충돌이 우려되고 실제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는, 미루지 말고 2023년 9월 헌재의 위헌 판결문을 살펴보아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에 대해 수정·보완한 법안을 조속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이 평화로 가면서 공존하며 공영으로 갈 것인가? 적대감을 더 깊게 해가며 공멸로 갈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어쩌다 보니 북한학에 발을 담그게 된지 8년차다. 내 생계인 국제무역업 35년 경력에 비하면 북한연구 8년차야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들여다보는 분야가 북한의 선전선동, 그중에 국가미디어에 속하는 ‘북한우표’로 석사와 박사 논문을 쓰게 되었으니 이 분야에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북한에서 발행하는 북한우표 중 자유·자본주의적 생각으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부자 세습에 대한 우상화선전 우표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지만, 정치적 목적의 우표발행은 9.34%에 불과하고, 반면에 자연과 문화 등 비정치적 우표발행이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비율은 지난 70년동안 큰 변화없이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시대를 극복한 2023년 북한우표발행은 아주 특이한 변화가 눈에 띈다. 전체 우표발행 중 정치분야 우표가 50%를 넘었고, 그중에서도 특이한 부분은, 전략무기에 대한 우표발행이 34%에 이르도록 정치·군사분야 우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발행되었다는 것이다.

국가우표발행국에서 발행한 비행거리 15,000km 이상으로 추산되는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우표. [자료 제공 - 안재영]

북한우표를 살펴보고 연구한 연구자로서, 이런 현상은, 전략무기체제로 체제안전을 자위적으로 보장했음을 북한주민들에게 강조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전면대결도 불사할 것을 천명한 것이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자위적 국방력으로 체제안전을 보장했으니, 앞으로는 총력으로 경제살리기에 전면 승부를 선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남과 북의 강대강 대결상황이 지속되면서 무력충돌까지 비화된다면, 북한이 자랑하는 장사정포(사거리 40km~)의 시위적 발사는 점점 더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강도를 더해 갈 것이다. 대북전단으로 발화된 남북대결 현상이 결코 접경지역 주민들만의 위기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내미는 손길을 누가 먼저 잡을 것인가? 북한과의 평화적 교류로 인해 가장 큰 득을 얻을 수 있는 나라는 누구일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완도(完島) 상태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 넘게 평균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고 있으며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적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중이다.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로 나타나고 있으며 가장 빠르게 소멸 중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평화적인 교류를 통해 아시안하이웨이 AH1(서해안선)과 AH6(동해안선)가 열리고,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된다면, 광활한 동북3성과 극동지역에 대한 개발 참여로 대한민국의 경제는 향후 20년 이상은 5%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헬조선을 극복하고 최저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남과 북의 평화적인 교류가 민족통일을 넘어서 이제는 민족 생존의 필수요소라는 것을 기억하자.
 

안재영 (헤이리 ‘영토문화관 독도’ 관장)

- 접경지 북파주 파평출신 미군이 지어준 재건중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로 중학/고등과정 수료
- 한국외대 졸업, 북한대학교대학원 석사(북한학),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박사(북한학)

- 예술마을 헤이리에 2007년 ‘영토문화관 독도’를 사비로 개관 후 현재까지 운영중
- 15년 넘게 매년 독도탐방을 하고 있으며, 군부대/공무원/학교등 독도전문강사로 강연중

- 파주시 교육위원(현)
- 성서한국 공동대표(현)
- 파주 겨레하나 초대 및 2기 대표 및 고문(현)
-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감사 및 건축위원
- 벤처기업 ㈜두레샘 대표이사
- 고향인 장파장로교회 장로(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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