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보다 일본과 협력이 더 급한가?

김영호 통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일본인 납치피해자 정보 日정부와 공유하겠다"

2024-02-09     이승현 기자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단독인터뷰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해 일본 정부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출처-요미우리신문]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향후 탈북민 조사과정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정보 수집을 해 일본 정부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조간 3개 지면에 '납치정보 일본과 공유', '납치문제로 북에 압력', '경제난 북에서 「민심이반」' 등의 제목으로 김 장관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통일부가 9일 기자들에게 공유한 인터뷰 번역본에 따르면, 김 장관은 탈북민 인권상황 실태를 조사하는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지금까지는 한국인 납북자 조사에 역점을 두었지만 "앞으로는 '일본'을 넣어서 우리가 조사하고 (관련정보가 나오면)나중에 일본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본인 납치피해자에 관한) 질문을 조사 항목에 넣음으로써 구체적인 사례나 지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정보의 단초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의 입장은 먼저 지금까지 통일부의 탈북민 조사과정에서 '납북자 목격 정보' 등 문항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피해자 국적을 묻는 질문은 '한국' 아니면 '기타'로 분류하던 것에서 향후 '일본'도 포함시키겠다는 것. 그리고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질문지에 따라 대면형식으로 진행한 조사과정에서 질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답하는 횟수가 적고 내용도 애매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조사항목에 넣겠다는 것. 또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관리하는 조사 내용 중 '일본인 납치자' 관련 내용을 일본 정부와 공유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이에 대해 "김 장관의 이같은 자세는 대북 유화노선을 걸었던 문재인 정권의 대응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한일 협력 강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에 의한 납북자 구출에 의욕을 보이는 동시에 이 문제에 있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반색했다.

김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본인 납북자 정보 공유에 대해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납치 등 북한인권 문제의 협력강화'를 약속한 "합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하는 방안 중 하나"라며, 한일 남북자 구출을 위해 일본 관계기관과 협력태세도 구축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탈북자 조사과정에서 추가로 유의미하게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달 초 탈북민 6천여명에 대한 10년간 누적 조사결과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로 처음 공개한 통일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이 봉쇄된 2021년 이후 탈북민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이 가능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남북간 모든 연락채널이 끊어진 상황에서 직접적인 당사자도, 남북관계 현안도 아닌 문제를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에 북한이 일본인 17명을 납치했고, 그중 5명만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이지만, 또 다른 당사자인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지난 2002년 9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합의로 평양에서 발표한 '조일평양선언' 3항(두 나라의 비정상적인 관계속에서 발생한 유감스러운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통해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아가 평양선언의 핵심은 '일본의 과거 청산에 기초한 국교정상화'라고 하면서 일본이 계속 문제삼는 납치문제는 선언에 표현 자체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일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그해 7월부터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납치 문제 재조사를 시작했으나 2016년 4월 일본이 북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광명성-4호) 발사를 문제삼아 부분 해제했던 제재를 재가동하자 즉시 특별조사위원회 해체를 발표했다.

지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아베 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했다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 '감사 표시'를 할 정도로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 기조속에 일본인 납치자 해결을 위한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앞서 전임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한미일 3각 공조체제의 전방위적 강화 흐름 속에 지난해 3월 일본 정부 및 의회 인사들과 만나 통일·대북정책 관련 한일 협력방안을 협의하면서 외무성, 내각관방(내각 사무처) 사이의 협의 채널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