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언론 플레이 유감
[긴급 기고] 백민(白民) 이양재(李亮載)
여러 달 전 필자는 모씨에게서 천리대 소장품 “『몽유도원도』의 감정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그 명품을 은밀히 국내로 들어오는 비공식적 문제가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었고, 이제는 그 얼개가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은밀한 비공식 추진이다 보니 실물을 보고 진품임을 확인하여야 한다. 모사본을 진품인 줄 알고 사왔다가 국제적 사기를 당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씨는 진품임을 최종 확인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는 나를 지목하였다.
이에 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즉시 “현장 감정하겠습니다”라고 흔쾌히 답하며, “확실히 천리대학 소장의 그 물건이라면 절대로 소문내지 말고 비밀리에 추진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였다.
무상 기증이 아니라 유상 양여로, 구체적인 가격이 나왔기에 필자는 우리나라의 한 광역지자체에도 이 작품을 인수하라고 은밀히 권하였다. 국내의 물주인 모 그룹의 이 모 회장이 선뜻 나서지 않기에 이제나 저제나 숨죽이며 국내에서의 진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12월) 27~28일 느닷없이 터져나온 언론 보도를 보고 문제가 심각하여 숨이 막혔다. 내게 감정을 부탁한 분에게 전화하여 “언론 보도가 어찌 된 일입니까?”를 물으며 나의 우려를 전했다. 내게 감정을 제안한 분은 이번에 언론 플레이를 한 분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이 추진해 온 분이었기에 나의 우려에 공감하였다.
그런데 이번 언론 플레이를 본 일부 공명심에 사로잡힌 몇몇 환수론자는 당장 무상 환수를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 문화재법의 체계를 모른다. 일본의 현행법 체계로서는 장물이나 약탈품이라도 합법적인 시장에서의 거래는 선의의 취득이 인정되어 압류하지를 못한다. 미국의 경우는 장물이나 약탈품은 원소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만은 그렇지 않다.
『몽유도원도』는 민간인 천리대학의 합법적인 소장품이다. 국가가 그 소유권을 침해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대법원판결에서 일본 대마도에서 훔쳐 온 불상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은 그 불상은 일본 민간 사찰의 합법적인 소장품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민간 소장품은 일본의 현행법으로는 환수나 압류의 대상이 되지를 않는다. 즉 일본에서 개인이나 민간 소장품은 국가 권력을 통하여 무상 환수할 수가 없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일본에서는 지정문화재 해제와 국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선 천리대학과 천리교 내부에서 한국으로 양여하는 문제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류가 발생할 수 있고, 당장 십중팔구 천리대학 측은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 위하여 일단은 한국의 보도를 부인(否認)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일본 극우 정한론자들의 극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일 수기 있다.
40여 년 전 일본인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의 ‘오구라 컬렉션’이 비밀리에 비공식적인 매물로 나왔으나, 한국의 문화재계 일각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떠들기만 하다가 기회를 흘려 버리고 ‘오구라 컬렉션’의 문화재를 한 점도 사들이지 못했다. 그리고는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측에서 서둘러 입수하였다. 자꾸 ‘오구라 컬렉션’이 오버랩된다.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언론 플레이를 하는 순간 환수의 기회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언론 플레이를 한 그들은 전문가가 아닌 것 같다. 비공식 사업으로 비공개적으로 추진해도 이 사업은 어려운 사업이다.
나는 방법론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나의 방법론을 알려 주면 일본 당국이 그 방법을 틀어막을 것이기에 밝히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이 지경에서도 잘 수습되고 무사히 진척되기를 기도하며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본 상황에 관한 사실을 여기 <통일뉴스>에 기고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회화사학자, 서지학자.
- ‘고려미술연구소’ 대표(1991~현재), 현재 ‘한국고서협회’ 상임부회장.
- 전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전 ‘한국고전문화진흥회’ 상임이사.
- 1994년 우리나라 회화사학계 최초의 학술논쟁 ‘안견논쟁’을 주도. 회화사와 서지학 분야의 논문 및 잡문 100여편 이상 있음.
※ 외부 필진 기고는 통일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