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푸틴은 왕따” 비방하고 북 겨냥 “제재” 겁박
11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러시아로 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빼기 또는 재뿌리기’가 통하지 않자 비방하고 겁주는 단계로 넘어간 모양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을 초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패한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군사지원을 구걸하기 위해(to beg) 자기 나라를 가로질러 갔다”거나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한 델리 G20 정상회의에 푸틴은 보이지 않았는데 “국제 왕따”(international pariah)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밀러 대변인은 “북·러 간의 어떠한 무기거래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 공격적으로 제재를 집행해왔고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겁박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통하지 않은 것 아닌가’는 지적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구걸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제재와 수출통제가 효과적임을 말해준다”고 피해갔다.
그간 미국 정부는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제재는 피해왔으나, 북러 정상회담 이후 이 카드를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북미대화의 문은 완전히 닫힌다고 할 수 있다.
‘구걸하다(beg)는 표현을 두 차례 썼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러시아가 북한이 원하는 걸 전혀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밀러 대변인은 “그 긴 나라를 가로질러 간 것을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당신은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하는데 러시아는 이미 획득한 땅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도 지난해 말 이후 꽤 개선됐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라고 꼬집었다.
12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10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12일 오전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탄 열차가 이날 오전 북한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극동 연해지방 하산역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는 7시간 거리다.
현재 푸틴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톡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 매체 [베스티 프리모리예]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미 연해주에 들어왔다고 알렸다.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 장소로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뉴욕타임스]는 북·러 정상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회담 이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만났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