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중단 15년,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하라. 그리고 청산하자"
금강산기업협회 등 경협단체 기자회견.."더 이상 관광재개 기대하기 어렵다" 판단
지난 1998년 11월 18일 826명의 이산가족 등을 태운 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 북측 장전항에 입항하면서 금강산관광은 시작됐다. 여러 위기도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2003년 2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아연 활기를 띄며 누적 관광객 수 2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인 박왕자씨가 금강산관광 도중 장전항 북측 구역에서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이튿날부터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었으니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예년과 같이 금강산관광 중단 15년이 되는 12일 오전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를 비롯한 금강산 기업인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더욱 분명한 어조로 △투자금 전액 보상과 대출금 및 이자 전액 탕감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통한 '청산'을 요구했다.
정부가 허가해서 투자했고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기업이 일방적으로 당한 피해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하라는 것이고, 이제 더 이상 금강산관광 재개의 의지도 없으니 깨끗히 정리하자는 것이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호소문에서 지난 15년간 기업의 투자자산을 담보로 정부로부터 3회 남북협력기금 대출과 한 차례 지원금(2018)을 받으며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려왔으나 더 이상 관광재개를 기대하기 어렵고, 설사 재개되더라도 대부분 고령으로 다시 사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면서 '1세대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금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대출금과 이자는 빚으로 상속되게 생겼으니 그동안 재개의 희망때문에 묻어두었던 불합리한 정부의 '지원'을 다시 검토해 실질적인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금강산관광, 남북경협의 재개를 목표로 피해기업들의 상황을 정리하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어왔지만,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지 않느냐는 현실적 판단이 '청산' 요구의 배경이 된 것으로 짚힌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강산관광 중단, 5.24조치로 교역 및 내륙투자 전면 중단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지시켰으니, 보수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피해기업들의 문제를 정리해 청산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기업 투자금 100% 지급 △대출원금과 이자 100% 채무 재조정 △국회가 발의한 피해보상특별법 적극 수용 등 조치가 이뤄지면 금강산 기업인들과 경협사업 세대들은 '명에퇴직'할 수 있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2세대들의 준비를 도울 수 있겠다고 밝혔다.
투자금 45% 기준으로 지급된 정부 '지원금'이 5.24조치로 피해를 입은 남북 교역 및 내륙투자기업에 256억원, 금강산기업에 137억원, 개성공단기업에 3,980억원이 되니까, 나머지 55%를 추가 지급하고 여기에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서류 미비로 지원금을 받지 못한 기업들을 포함하면 투자금 100% 지급 요구는 총족된다는 설명이다.
해당되는 기업 숫자는 금강산기업이 50개에서 지금은 40여개로 줄어들었고 교역 및 내륙투자기업은 약 350개 정도해서 총 400개 업체(개성공단 108개 입주기업과 37개 영업기업 미포함)로 집계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각 협회에서 취합한 경협기업은 42개사, 교역기업은 957개사이며, 이들 경협 및 교역기업이 신고한 피해액은 3,936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확인한 자산피해액은 1,671억원이고 여기에 특별대출과 기업운영경비 지원명복으로 지원한 총액은 1,845억원. 금강산기업의 경우는 관광중단 시점에 현대아산 등 55개사가 3,740억원의 자산피해를 신고했으나 정부가 확인한 자산피해액은 2,313억원, 이에 따른 피해 지원은 특별대출과 기업운영경비 지원 등을 포함해 445억원이다.
10년전인 2013년 남북경협비대위 피해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 기업(108개 입주기업과 37개 영업기업)을 제외하고 5.24조치와 금강산관광 중단조치로 인한 피해기업은 총 1,146개(내륙투자기업 49개, 위탁가공기업 247개, 일반교역기업 801개, 금강산기업 49개)이었고 2017년 최초 지원을 받은 기업은 95개, 1,228억원이었다. 비대위가 자체 조사 결과 파악한 당시 피해금액은 9조 4천억원이었다.
하나 하나 따져보자.
△투자금 100% 지급-2018년 정부 '지원금'은 감가상각 등 각종 명목으로 저평가된 기준을 적용해 유동자산의 90%, 투자자산의 45%만 인정됐다. 그리고 최고 지급한도를 35억원으로 정했다. 보상이라는 표현을 피하기 위해 굳이 '지원금이라고 한 것은 차치하고 금강산기업은 개성공단 기업과 달리 관리위원회가 있지도 않고 보험제도 자체가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성공단 기업 중 미보험기업에 대한 지원 기준을 일괄 적용해 45%로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다.
45% 기준은 개성공단기업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법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성공단 중단에 앞서 8년전의 금강산, 6년전의 교역 중단에 대한 채권 이자율도 적용이 안된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당시에도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대목이고 금강산기업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이다. 그마저도 중소기업이 많다보니까 관리부실이 적지 않아 자료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투자금 대비 평균 20% 정도 밖에 받지 못했다. 물론 못받은 업체도 있다.
△대출원금과 이자 100% 채무 재조정-사업재개가 되지 않으니까 어렵다고 아우성칠 때마다 2천~3천만원의 위로금과 3~4회의 대출을 받았으나, 다른 사업을 할 수 없는 소액이어서 인건비 운영경비 등으로 완전소진되었고 지금 남은 것은 원금과 이자부담이다. 100% 채무면제가 필요하다.
△피해보상특별법 수용-15년동안 골병이 든 기업인들에게 피해보상특별법을 적용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천재지변의 홍수, 화재, 코로나도 모두 특별법으로 보상했고 주택 전세보증금 사기사건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으로 국회를 긴급 통과했다. 지금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예산확보, 위원회 구성 등 을 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올해 안에 처리를 해달하는 것이 기업의 요구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금강산기업인들과 남북경협기업인들은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이 낭독한 '남북경협! 정부가 허가해서 투자하고,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정부가 피해보상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남북경협은 이제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금강산기업들과 남북경협 기업인들은 이 시점에서 피해보상 특별법으로 국가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며, "남북경협기업 피해보상특별법 제정으로 손실보전과 투자금 전액 지급 및 대출금과 이자 정리 등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남북 경협 30여년 역사를 되돌아보며 대북투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민간의 자유와 의사보다는 국가의 정책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정치적 차원의 결단에 의해 잘 진행되던 경업을 중단시켰으면 그로 인한 재산손실과 피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남북경제협력사업자 등의 피해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제2120190호)을 대표발의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첫 발언에서 "금강산관광에 투자한 기업들은 국가를 믿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정한 보상을 해야 된다고 해서 피해액에 대한 보상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지원금' 형태로 지원한 적은 있지만 사실 그것은 투자한 액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고 지적하고는 "정부를 믿고 투자한 기업들의 피해를 나몰라라 해서 되겠느냐는 생각으로 법안을 냈지만 외통위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지금이라도 남과 북은 금강산관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 비공식적인 접촉을 해야 된다"고 하면서 "그와 무관하게 지난 15년간 기업이 입은 피해는 남북경협기금에서 일정 부분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금강산기업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