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외교부, 강제동원 배상금 수령거부자 ‘공탁 절차’ 개시

한일평화행동, “피해자들 인권 짓밟아...시민모금에 다급해져”

2023-07-03     김치관 기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29일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하 시민모금)을 제안하고 모금에 들어가자 외교부는 3일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3일 해법을 이미 수용하신 분들 중 사정상 판결금 수령에 어려움이 있는 일부와 피해자 4분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고 발표하고 “대상자인 피해자 유가족 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6일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정부 방안으로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정부는 지난 3월 6일 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발표,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을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확정 추진했고, 총 15명의 피해자 중 11명이 이를 수령하거나 수령의사를 표했고, 두 분의 생존자를 포함 4명이 수령을 거부한 상태다.

이번 공탁은 4명의 수령 거부자 외에 2명의 상속인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유족도 포함돼 모두 6명이 대상자가 됐다. 2명의 유족들은 공탁 절차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 해법이 어렵지만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고 있는 와중에 지난주 일부 시민단체가 시민 모금 활동 발표했다”며 “이러한 제반 여건 고려할 때 피해자 4분이 판단을 내리시고 의사결정 하시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점과 공탁하게 되면 마음이 열리실 때 언제든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결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공탁 이후에도 찾아뵙고 설명드리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모금에 돌입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600여 단체들이 모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8월 10일까지 10억원을 목표로 시민모금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의 ‘판결금’은 피해자의 목덜미를 쥐고 가해자 일본 앞에 피해자들을 무릎 꿇리는 굴욕적 해법이라면, 오늘부터 시작하는 ‘시민모금’은 피해자를 가해자 앞에 무릎 꿇리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자는 것”이라는 취지다.

이 취지에 동의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일 시민모금 운동에 2천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왼쪽)과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이 4월 13일 외교부 기자실에서 강제도원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수령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변제 공탁하면 채권이 소멸되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관계자는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며 “공탁금을 받아야 채권이 만족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생존 피해자 두 분을 비롯한 수령 거부자 4명이 계속 수령을 거부하고 시민모금 측 기금을 수령할 경우 시민모금 측은 피고 일본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3일 오후 4시 외교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끝내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이 수용하지 않자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강제동원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것”이라며 “시민사회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을 제안하고 추진하자, 다급하게 공탁 절차를 개시함으로써 더이상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손 쓸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규탄했다.

피해자 소송대리인들은 3일 “오늘 외교부 및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발표한 제3자 변제 공탁은... 위법하고도 부당한 행위”라며 “오늘 재단의 변제공탁은 채권자의 명확한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변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제3자는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변제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정부안에 반대하는 이춘식(일본제철), 망 정창희의 유족(미쓰비시중공업)들은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재단은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채권에 관해서는 제3자 변제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소송대리인들은 “추후 공탁과 관련된 서류가 집행절차에 제출된다면, 그 절차 내에서 다투거나 별도로 공탁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