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적절한 조치해야” vs 중 외교부 “한국 태도 유감”

2023-06-14     이광길 기자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둘러싼 한·중 정부 간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 12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이어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 [사진제공-대통령실]

13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한중관계는 늘 상호 존중과 우호 증진, 공동의 이익 추구라는 대원칙을 갖고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쾌해한다”는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우리가 지적한 바 있다”고 했다.

“첫째는 한중 무역 관계를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사실관계와 맞지 않았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외교정책 노선에 있어서 한국이 헌법 정신에 기초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또 동맹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상호존중, 호혜의 원칙에 따라서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는데 마치 대한민국의 정책이 편향적이고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듯한, 또 곡해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는 한국에 와있는 최고위 외교관으로서 선린우호 관계에 매진하면서 아무리 문제점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비공개로 풀어나가고 협의하고, 또 국민들 앞에서는 언제나 외교적으로 비엔나 협약의 정신을 지켜가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외교관의 직분이 있는데 그런 취지에 비출 때 우리가 볼 때는 어긋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숙고해 보고 우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적절한 조치’의 내용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외교적 결례’에 대한 사과나 싱 대사 교체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왕원빈 중 외교부 대변인. [사진출처-중 외교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의 관련 태도와 한국 일부 언론이 싱하이밍 대사를 겨냥해 사실과 다른 인신공격성 보도를 하는 데 주목하고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것은 책무이고, 그 목적은 이해증진, 협력촉진, 중한관계 발전 유지와 추동으로 이것이 떠들썩한 화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중한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동하는 것이 양측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면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보다 솔직한 중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감에서 멀어지는 한국외교’라는 제목의 13일자 사설에서, 한국 외교부와 일부 보수언론이 싱 대사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고, “한국의 외교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