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원칙있는 남북관계 정립' 1년 자평..'억제·단념 여전히 유효'

취임 1주년 간담회, 北 비핵화 거듭 촉구..'존중과 대화없이 남북관계 원칙 가능한가?'

2023-05-22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22일 출입기자단과 취임 1주년 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간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는 자평과 함께 북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지난 1년간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말은 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하는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했다'는 자평를 내놓았다.

권 장관은 2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 1주년 간담회를 갖고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북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발표했다.

지난 1년간 "북한의 핵위협과 도발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이어 달리기' 기조아래 역대 정부의 성과를 계승하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 진화시키면서 지속 가능한 통일·대북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점은 자평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으며, 대북전단 관련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 등에 대해서는 "헌법적인 책무와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또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회담을 제안한 것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 노력'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2012년 4월 첫 육성연설에서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하겠다'고 한 약속을 거론하면서 "그러나 지금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떤지 스스로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도발과 단절이 아니라 민생과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 이제라도 북한 주민과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의사가 없으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결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이에 발맞춰 북한의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1년이 넘도록 대화 채널조차 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는 '전임 정권의 무원칙한 대북정책'과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답변이 반복됐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할만 한 복안을 묻는 질문에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정부의 통일·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응하지 않고 앞으로도 쉽게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만든 방안으로, 대화(Diplomacy)로 이끌어 담대한 구상의 실질적 내용을 실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화에 이르는 앞선 두 단계, 즉 억제(Deterrence)와 단념(Dissuasion)은 계속 유지되고 있고, 특히 한미, 한미일 협력이 훨씬 좋아지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우회 답변했다.

대화를 목표로 하지만 계속 '핵위협 억제'와 '핵개발 단념'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한미일이 물샐틀 없는, 빛샐틈 없는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북한의 현실적 도발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며, "앞으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어떤 계기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할까?

"계속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제재를 하는 이유도 북한 주민과 지도부를 못살게 하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발과 위협을 그만두고 비핵화, 번영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간접적인 압박같은 것 아니겠나. 북한이 생각을 바꿔 대화로 나올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남북관계의 대립이 완화되기 보다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화에 연연해서 언제든지 되돌리거나 후퇴할 수 있는 관계보다는 잠깐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적 절차를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원칙을 확립하려고 한 통일부가 (제대로)한 일이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화는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고, 서로가 품은 생각을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 바람직한 결과가 나온다는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그렇게 보면, 그렇게 강조하는 '남북관계의 원칙적 절차'라는 것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대화를 통해 합의된 것이 아니라면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 고위당국자는 지난해 북한이 남북군사합의를 수차례 위반한 사실을 들어 "우리 정부가 전체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지만 상대는 합의를 전혀 지키지 않고 우리만 지켜야 하는 합의라면 되돌아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하면서 "군사합의를 포함해서 북한이 파기하다시피한 그런 합의에 대해 우리가 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