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사실상 핵공유’ 아니다” 단호한 선긋기

2023-04-28     이광길 기자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de facto nuclear sharing)라고 보지 않는다.”

28일 오후 [경향신문]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에드 케이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한국 측이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했는데 미국도 동의하는가’는 질문을 받고 “그냥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이같이 일축했다. 

“이번에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계획 메카니즘을 마련한 만큼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전날(26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케이건 국장은 “우리는 이것을 한·미 간 파트너십과 동맹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북한의 매우 공격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와 언사로 인한 분명한 도전에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하는 한미 정상. [사진제공-대통령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공유가 아닌가’는 지적에 대해, 그는 “그렇다”고 확인했다. “이 선언의 초점은 한국과 더 협의하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며, 더 민감한 논의를 많이 하고, 한반도와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의 가시성을 증진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케이건 국장은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핵공유는 핵무기의 통제가 어디에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여기(‘워싱턴 선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한국 대통령실이 핵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가 아니지만, 우리가 정의하는 바에 따르면 핵공유가 아니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28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단박에 반박당한 ‘사실상 핵 공유’, 자화자찬도 없는 말을 지어내면서 하지는 맙시다”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핵공유’라는 김태효 1차장과 ‘사실상 최초의 핵공유 선언문’이라는 박대출 여당 정책위 의장, ‘미국이 타국과 핵공유 관계를 맺은 건 나토에 이어 대한민국이 두 번째’라는 신원식 국방위 여당 간사, ‘한미간의 핵공유 체제를 구축했다’는 여당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강 대변인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성과 없는 한미정상회담을 어떻게든 포장하고 대통령실을 띄워보려 용쓰는 여당의 말잔치가 눈물겹기까지 하다”고 질타했다.

“김태효 차장과 국민의힘의 무리수 때문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공허함만 더 드러났다. 미국을 떠나기도 전에 단칼에 반박당한 대통령실과 여당 때문에 국민은 부끄럽기만 하다”면서 “사실상의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는 백악관의 반박에 대해 김태효 차장과 국민의힘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