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교부, ‘정재호 주중 대사 초치’ 뒤늦게 공개

친강 국무위원,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는 자 타 죽을 것”

2023-04-23     이광길 기자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왼쪽)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사진출처-주중 한국대사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이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된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에 항의했음을 뒤늦게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가 “4월 20일 쑨웨이둥(孙卫东) 외교부 부부장이 지시를 받아 한국 지도자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23일 새벽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가 공개된 시점은 19일 낮이다. 그 다음날(20일) 상부에서 중국 외교부에 대응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중국인의 일이므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4.20) 정 대사를 불러들인 쑨 부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인터뷰에서 ‘결국은 이것은(대만 긴장 고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면서 “이같은 발언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측은 심각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쑨 부부장은 “세상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떼어낼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 핵심이익 중 핵심이며 대만문제를 해결하는 건 중국인의 일이므로 어떠한 세력의 간섭도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만해협 정세가 긴장된 근본원인은 섬 내 ‘대만독립’ 분자들이 역외세력의 지지와 방임 속에 분열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지도자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대만 문제를 조선반도 문제에 비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쑨 부부장은 “조선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이고 “조선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서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우리는 한국이 한중수교공동보도문 정신을 확실하게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며 대만 문제에 있어 말과 행동을 삼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0일 한국 외교부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우리 정상이 언급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하였다”면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 발언은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끈했다. 이날 저녁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당시 중국의 ‘하루 늦은 통상적 대응’에 대해 한국 측이 과잉 대응한 것 아닌가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중국 측이 그날 이미 정재호 대사를 초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해소된 셈이다.    

21일 상하이 한 포럼에서 기조연설하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그러나,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국 외교부가 상대국 대사를 초치한 그 다음날(21일) ‘전랑(戰狼) 외교’의 상징인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나섰다.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그는 “최근 중국이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도전한다’,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한다’는 황당한 말이 들린다”면서 “이는 국제상식과 역사 정의에 어긋나고 논리는 터무니없으며 후과는 위험하다”고 일축했다. 

친 부장은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이고 양안은 하나의 중국에 속한 것이 대만의 역사이고 대만의 현상”이라며 “대만이 중국에 반환되는 것이 2차대전 전후 질서의 일부로서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공보’에 또박또박 인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주권과 영토완전성 수호는 하늘과 땅의 이치(天经地义)”이고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 핵심이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이 요구하는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주권과 안전을 위한 행동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타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거듭 천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