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강도 백두산과 제주도 한라산을 공존과 번영의 평화지대로 하자
[연재] 이양재의 ‘문화 제주, 문화 Korea’를 위하여(46)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확인해 보니, 백두산 최정상부 장군봉과 북의 천지는 량강도 삼지연시이다. 한라산 최정상부와 백록담은 제주도 서귀포시(토평동)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은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백두산 화산 폭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과연 백두산 폭발이 통일을 앞당겨 올까? 현실적으로 검토해 보자.
1. 백두산 화산 연구를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이 있었다
남북의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위한 협상은 크게 4차례 진행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중 앞서 3번은 북측이 제안해 시작하였다”라는 것이다.
첫 번째 협상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측이 남측 환경부에 연락해 백두산 공동연구를 제안했는데, 정권 교체 이후 이명박 정부 시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무산되었다. 당시 백두산 분화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 북한은 백두산 분화를 연구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남측에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으로 남측의 화산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두 번째 협상은 2011년에 있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 하늘길이 막혔고, 2010년 2월 백두산 인근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한 바 있어 남북 모두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남북 대표단은 백두산 공동연구를 위한 학술토론회와 현지답사를 포함한 합의서를 채택했지만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타계로 이행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두 번째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은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 과학자들과 백두산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북이 2011년 국제 공동연구기관에 백두산 화산 관측 연구를 위해 장비 반입 협조를 구했는데, 영국 정부 관계자 등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도와달라고 요청해 2년 만에 반입이 허가되었다.
남북의 세 번째 협상은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됐지만 두 달 뒤 북이 핵실험을 강행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였다. 2018년 네 번째 협상 때는 남측이 먼저 제안해 진행했으나 UN과 미국의 대북 제재로 무산되었다. 결국 남북의 백두산 공동연구는 정치 논리로서 무산된 것이다.
2. 100년 주기 백두산 폭발설은 정론이 아니다
100년 주기 백두산 폭발 주장은 정론이 아니다. 백두산 화산은 타임 워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백두산 화산을 공동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것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백두산 화산이 보여준 폭발력이 현대에 재현된다면, 그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다. 백두산 화산을 연구하려면 북한 당국의 허가와 함께 광대역 지진계, 컴퓨터 등 관측 및 분석 장비들을 보내야 하는데, 장비 중 대부분은 현재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에 따라 반입할 수 없는 전략물자이다.
과거 2011년에 “영국 정부가 유엔을 상대로 '백두산은 분화 가능성이 큰 화산이니 마그마방의 깊이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측⸱분석 장비가 꼭 들어가야 하니 허가해달라고 요구하여, 2년 후인 2013년에야 허가되어 공동연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은 갑작스럽게 올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사실은 백두산이 폭발하여 북에 타격을 주어도 미군이나 남한 군대는 국제법상 북에 진격할 수 없다.
북이 남측과 연합의 상태여야 북의 구조와 지원에 남측이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침략이다. 더군다나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한국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므로 남측도 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백두산 폭발설로 대통령을 현혹해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자들이 있다면 이들은 무지몽매한 분단주의자들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설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보들의 접근법이다. 만약 현재의 윤석열 정부가 백두산이 분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식한다면, 냉전적 정치 논리를 떠나 학술적인 차원이나 관광적 차원에서, 또는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3. 북의 백두산과 남의 한라산을 상호 방문하는 평화 교류가 절실하다
백두산은 조종의 산으로 단군 신화가 깃든 성역이다. 백두산은 한반도를 흐르는 백두대간의 머리이기도 하지만 동북아의 심장이기도 하다. 그 최고봉인 장군봉은 한반도를 포함한 옛 우리 민족 영토의 중심부에 있는 최고봉이다. 반면에 제주도는 섬 전체가 곧 한라산이며, 이 한라산은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가 대륙을 향하여 뛰어오르는 디딤 발판이다.
평화의 섬 제주는 영산(靈山)이다. 예로부터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영주산(瀛洲山)은 한라산의 별칭이다. 백두산과 한라산을 묶어 관광지화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감성상에서 매우 필요하다. 만약에 언제인가 미래에 남북 화해와 교류의 시대가 다시 열린다면 나는 백두산이 소재한 량강도와 한라산이 소재한 제주도가 자매결연까지 하여 공동으로 교차 관광 사업을 추진하였으면 한다.
량강도와 제주도는 함께 자연을 노래하고 평화와 공존 및 공영을 모색하는 평화지대(Peace Zone)가 되었으면 한다. 제주국제공항과 삼지연공항 간의 항로를 개설하고 전용 전세기를 띄우자. 한라산과 백두산을 하나로 묶어 관광하는 상품이 만들어진다면 금강산 관광만큼의 선호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공존과 공영의 상생이 이루어져 있어야, 만약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그 극복을 위한 공조를 할 수가 있다. 지금의 적대적 공존은 우리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남과 북이 “상생적 공존을 하느냐? 적대적 공존하느냐?”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