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미술계 변화를 위한 제3악장
[연재] 이양재의 ‘문화 제주, 문화 Korea’를 위하여(45)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본 연재의 제42회~제44회에서 제3회 제주비엔날레 관련 비평은 도내와 도외에서 큰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미술계의 한 언론인은 “그렇게 지적해도 일없겠냐?”라고 염려하더니만, “이 선생이 무슨 직책을 맡겠다고 욕심부리는 글이 아닌데‥‥‥”하며 나의 순수한 의도를 인정한다. 필자의 비평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고, 항의성 전화는 전혀 없다. 이제 나는 “어떻게 문화를 재창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예산을 집행할 것인가?”라는 대안의 일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제44회 연재의 끝부분에 “12. 제주도립미술관의 사업영역을 확대하자”라고 주장하였다. 그 사업영역 확대의 전제 조치로서 제주도립미술관의 전문 인원 확충이 필요하고, 관장으로는 실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제3회 제주 비엔날레를 지켜보며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13. 제주 미술관‧미술가 아카이브를 설치하자
제주도에서는 제주 미술가 아카이브와 제주의 여러 미술관의 통합적인 아카이브를 설치 운영하여야 한다. 물론 제주의 여러 박물관의 통합적인 아카이브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에 거주하는 미술가들을 위한 아카이브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누가 할 것인가? 2020년 8월 19일, “제주도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역미술관 협력 사업인 ‘지역미술관 아카이브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됐다”라고 밝혔지만, 이 아카이브 구축 사업은 제한적이고, 그 후속에 대한 보도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제주 미술관‧미술가들의 아카이브는 자신들만을 위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널리 공개되는 작가들 개개인의 이력과 작품 및 자료를 수록한 공개적인 아카이브이다.
앞서 언급한 ‘제주미술작가세계화위원회’가 설치된다면 거기서 해야 할 사업일 수 있다. 그러나 동 위원회의 설치가 요원하다면 ‘제주도립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 협력 사업을 확장하던가, 혹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예진흥원’에서 설치사업을 주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아카이브 구축과 공개가 안 되고 있다. 국공립 기관에서 문화예술 정보의 독점은 안 된다. 문화예술 정보의 공개는 문화 보존과 연구의 원동력이자, 신문화 창달의 기본적 조치이다.
14. 제주미술은행 설치를 검토하자
제주 출신이나 제주에 거주하는 미술가 몇 분을 제외하고 미술가 대부분은 창작 환경이 열악하다. 제주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하여 국비 또는 도비로 기금을 마련하여 ‘제주미술은행’ 제도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 현행 ‘관광진흥개발기금’(금리 연 0.8%)의 예와 같이 미술가들에게 저리로 융자할 수 있는 미술창작 진흥제도가 생긴다면 열악한 창작 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또한 제주도를 예술의 섬으로 승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세부적인 안은, 연간 120일 이상~300일을 자신의 창작 공방을 개방하는 읍면 거주의 미술가 80~100인을 선정한 후 개인이나 공동의 창작화실 및 공방 개설자금을 융자하는 것은, 각 읍면에 개인 미술관을 배치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미술가들을 위한 지원책으로 제주도립미술관이나 제주현대미술관의 미술품 구입 예산을 대폭 늘려, 해당 작가의 작품(작가의 작품 수준에 따라 1,500만~3,000만 원 정도)을 매년 매입하여 도립미술관이나 공공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제주의 공공시설에 대여 설치하는 아트뱅크(Art Bank) 제도를 정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자.
1차년도 사업이 순조롭고 성과적이라면, 지원 미술가들을 확장해도 좋다. 이러한 ‘제주미술은행’에서 제주의 미술관 박물관 개설에 필요한 자금도 융자할 수 있다. 개인 수집가들의 제주도 입도(入道)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융자는 소모성이 아니다. 회수가 가능한 종자돈으로의 융자이다.
나의 이러한 제안에 반대하는 분이 일부 있다. 그분의 논리는 “육지의 화가들이 몰려온다”라는 것이다. 나의 의견은 육지의 미술가들이 몰려와도 좋다. 적어도 3~5년 정도 정착하여 창작하는 미술가로서 작가의 역량이 입증되는 분으로 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미술과 예술이 진부하지 않고 선진적이라면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고 제주의 생명력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신념이다. 체계적인 컬렉션을 갖춘 외지의 수집가들이 제주도로 입도하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15. 제주도 미술계의 세계화 사업을 시도하여야
내가 2009년에 제주도로 이주해 온 후, 제주에서 활동하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변방의 미술가로 놔두기에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화가가 한둘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서울의 메이저 경매사를 접촉하여 제주 미술가 작품 출품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신설 경매사를 제외하고는 메이저 경매사에서는 제주 미술가들의 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이유는 그 정도 작가는 다른 지역에도 쌓였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제주 미술가들의 작품을 폄훼한다면 직접 세계시장으로 가지고 나가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주 미술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 작업으로 나는 도(道) 산하에 ‘제주미술작가세계화위원회(가칭)’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 위원회는 해외의 유수한 미술관 및 박물관 30여 곳과 협약하여 제주 미술가들의 해외 단체전, 또는 개인전을 연차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해외의 유수한 화상들과 협약하여 제주 미술가들이 해외 10여 개 아트페어에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도록 추진하거나 지원한다. 또한 제주비엔날레에 해외 주빈국을 선정하여 그들 미술가를 초청하며 작품을 전시하고, 그 상대 국가의 아트페어나 비엔날레에 제주 미술가가 주빈으로 참석하고 작품을 전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 사업 확대에는 상당한 국제적 활동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10년간은 추진해 보자. 이렇게 하여 제주도에 거주하며 창작하는 세계적인 화가가 몇 분 나온다면 큰 성공이다. 아니, 단 한 분이라도 제주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가 배출된다면 그 한 분이 제주도 미술계 전체를 이끌어 나갈 수가 있다.
16. 제주에 경매장을 설치하고 세계 경매시장으로 나가자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나는 오래전부터 서울의 메이저 경매사를 접촉하여 제주 미술가 작품 출품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신설 경매사를 제외하고는 메이저 경매사에서는 제주 미술가들의 작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에 나는 제주 미술가들의 작품을 제주도민들이 직접 세계시장으로 가지고 나가자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세계화 전략과 전술을 위하여 제주도 미술계의 중흥책을 생각한 것을 위에서 일부 토로하였다.
우선 제주도 미술가들의 공개적인 아카이브를 설치하고, 화실이나 공방을 지원하며,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문을 두드리자. 제주도 작가들의 작품을 4~5년간 세계 무대에 꾸준하게 소개한 이후에 세계적인 메이저 경매사의 경매시장에도 상장(上場)해 보자. 해외 교민들이 매수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화가들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의 유수한 국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지사를 제주도에 유치하여 연간 2회 이상의 국제적인 미술품 경매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 제주도는 무(無)비자(Visa) 지역이므로 항공편만 원활하다면 외국인 구매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터넷 화상 경매 참여도 가능하다.
17. 맺는 말
작은 소재로는 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큰 그림의 소재를 찾아 나서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의 전문인원 확충이 필요하다. 사업은 직위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은 인재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 확장과 예산 증액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길거리에 깔아 버리는 소모성 예산을 줄이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