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출범 기자회견’ 가져
“노동3권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 금지!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하라!”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등 각계는 14일 오전 국회정문 앞에서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약칭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은 취지발언에서 “수십 년 간 자신이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노조법 2조 ‘사용자 정의’의 개정과 “손해배상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것임을 대우조선하청 노동자들 투쟁과 심지어 국가가 나서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여지고 있음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하면서 노조법 3조 개정을 통해서 ‘손해배상금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장발언에 나선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은 “2009년도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한 이후 13년째 손해배상 재판으로 현재 법정지연 이자까지 합쳐 124억이 되었다”면서 “장기간의 국가 폭력에 정신적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견뎌내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지난 51일간의 파업결과 470억의 손배가압류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죽으라고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차별받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박수동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지부 지회장은 “정부와 자본은 화물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화이트진로지부를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하면서 온갖 불법 딱지를 붙여 해고와 손해배상 가압류가 자행되었다”며 “파업 기간 내내 집을 떠나 있는 와중에도 집으로 송달된 손배가압류 청구는 화물노동자와 가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와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폭로했다.
진경호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고 처우개선을 위해 전면파업 결과 20억원의 손해배상청구가 된 상태”라면서 “원래 백억이 넘는데 니네들 하는 거 봐서 일단 이십억만 넣고 추가로 니네들 밉보이면 백억 손해난 거 다 청구할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를 배상받을 목적이 아니라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괴롭혀서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며 “손해배상을 당한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되고 노동조합은 무력화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원청기업들이 이들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면서 파업기간 내내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무기삼아 노동자들을 시시각각 옥죄었다”면서 그 결과 “열악한 노동 현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사회의 수많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기업이 만들어 놓은 불안정한 고용구조 아래 교섭할 권리는커녕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그 ‘권한’에 상응하여 ‘책임’을 부여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노조법 제2조 개정과 손해배상 및 가압류 금지를 골자로 하는 노조법 제3조 개정 등,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를 가로막는 낡은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남재영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취지발언을 하였으며, 박래군 대표(손잡고/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가 사업계획을 발표하였고, 김세희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노조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였다.
끝으로 한상희 공동대표(참여연대/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이 발족선언문을 낭독하였으며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노조법 2·3조 개정하라는 대형봉투에서 ‘노조할 권리’, ‘손해배상금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의 요구를 꺼내어 펼쳐 보이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한편,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2022. 9. 14. 현재) 93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4개의 정당이 참여하고 있으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박래군 손잡고 대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남재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목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출범 선언문]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반드시 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할 것이다
오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원청 책임/손해배상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빼앗긴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박한 요구와 함께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 보장을 위하여 51일간 파업을 했다. 그러나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교섭을 거부하고 구사대를 동원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가둬가며 점거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오히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내몰며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동시민사회는 이러한 현실에 분노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하청·용역·파견·도급·자회사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없다. 이미 2010년 대법원의 판결로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었고, 2021년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 노동자들의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원청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회피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파괴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작은 위법을 문제삼아 파업 전체를 불법으로 내몰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허다하다.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를 배상받을 목적이 아니라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괴롭혀서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손해배상을 당한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되고 노동조합은 무력화된다.
노동권을 훼손하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그리고 원청 책임의 불인정은 ILO 등 국제사회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파업을 하고, 사용자와 대등하게 교섭을 할 수 있어야 현재의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노동자들이 있다. 늦었지만 노동시민사회가 이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권이 훼손된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
노조법 2조의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영향력을 가진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노조법 3조의 개정을 통해 노조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본부는 올해 말까지 국회가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운동본부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이들과 연대할 것이다. 운동본부는 시민과 노동자들의 힘으로 반드시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이다.
2022년 9월 14일
원청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