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옥천군 지방 언론을 배우자

[연재] 이양재의 ‘문화 제주, 문화 Korea’를 위하여(17)

2022-08-26     이양재

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1.

지난 8월 6일, 토요일이다. 오전에 큰딸과 함께 상경하여 목동에서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다. 저녁에 이준 열사의 유족대표와 여의도에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고, 또 자리를 옮겨 어느 젊은 미술가와 소맥을 몇 잔 마시다. 차가 없으니, 근 일 년 만에 마신 것 같다.

7일, 일요일이다. 점심때 종로구 소재의 어느 화랑을 들러 그 화랑의 대표와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에 대해 대담을 하고 함께 메밀국수로 점심을 때우다. 여의도는 주일날 저녁을 보내기가 썰렁하다. 그러나 어느 종교인을 만나 여러 대화를 하다.

2.

8일, 월요일이다. 오전에 서울역을 출발하여 점심때쯤에, 지난 7월 중순부터 방문을 미루고 미루던 충북 옥천역에 도착하다. 역전에 내려서니 ‘옥천신문’의 양수철 기자가 마중 나와 있다. ‘옥천신문’의 황민호 사장과 함께 점심을 먹고 신문사를 들러 보니, 지방의 마을 신문으로는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옥천에서의 그들 노력이 가슴에 저며 온다.

옥천군 옥천읍의 황영준 화백 생가터이다. [사진 제공 - 이양재]

곧이어 ‘옥천신문’ 황 사장의 인도로 황영준 화백의 구거지를 찾아보다. 옥천군 옥천읍의 생가는 간 곳이 없고, 주춧돌마저 없이 깨밭이 되어 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니, 황 사장은 나를 ‘옥천방송’으로 안내하여 오한흥 사장을 소개한다. 옥천군 만의 ‘옥천 FM 공동체 라디오 방송’(104.9Mhz)이다.

‘옥천신문’의 근거지이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옥천 FM 공동체 라디오의 근거지이다. [사진 제공 - 이양재]

‘옥천신문’과 ‘옥천방송’의 활발한 운영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인구 5만 명이 안 되는 옥천에 이런 지방 언론 활동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나 사는 곳 제주도의 여러 지역에서도 이를 반드시 벤치마킹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디 제주도 뿐이겠는가? 여타 지역에서도 이런 언론 문화 확산 운동이 필요하다.

3.

제주도를 15분 도시로 개편하겠다는 것은 제8기 제주 도정 오영훈 지사의 선거 공약이다. 제주의 언론 보도를 보면, 회의적인 시각이 수차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의외로 15분 도시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되기 이전에는 제주도에는 2개의 시와 2개의 군이 있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이다. 그러던 것이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북제주군이 제주시에 남제주군이 서귀포시로 흡수되었다. 이렇게 행정개편이 되자 제주 경제와 문화의 중심은 제주시의 도심권으로 몰렸다. 제주도는 제주시에 인구 및 경제, 편의시설이 치중해 있다. 그것도 도심권 구제주와 신제주에 치중해 있다. 문화시설도 그렇다.

제주도가 15분 도시로 개편된다면, 사실상 제주도는 최대한 3개시 4개군으로 개편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3개시는 ①‘제주시’와 ②‘신제주시’ ③‘서귀포시’이고, 4개군은 ①옛 ‘북제주군의 동쪽지역’과 ②‘서쪽지역’, ③옛 ‘남제주군의 동쪽지역’과 ④‘서쪽지역’이다.

그렇게 하면 우선 제주시로 몰린 인구가 일부 시군으로 이사할 것이고, 차츰 편중된 생활편의시설의 분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도시로 변모할 수가 있다. 문제는 15분 도시를 하자는 원론이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각론이다. 나는 그러한 제주의 15분 도시 여러 곳에 옥천군의 ‘옥천신문’과 ‘옥천방송’을 벤치마킹하는 시‧군의 언론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4.

8일 저녁에 서울에 도착하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다행히 아침에 길을 떠나며 삼단으로 접히는 우산을 챙겼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도착하여 틀어박혀 매주 화요일에 ‘통일뉴스’에 연재되는 「국혼의 재발견」 제27회 원고의 탈고 작업에 들어갔다.

9일 화요일이다. 아침에 병원 외래에 갔다가, 잠시 커피숍에 들려 최후의 탈고를 마친 후, 이메일로 보내니 12:01분이다. 폭우는 아직도 그침이 없다. 오후에 중요한 일을 하나 더 마치고, 저녁 항공편으로 제주로 귀환하니, 제주는 비 한 방울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