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유엔총회서 대북 제재 놓고 ‘설전’

2022-06-09     이광길 기자

‘전략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8일(현지시각) 대북 제재에 대한 극명한 입장 차이를 거듭 확인했다.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된 유엔 총회에서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 [사진출처-주유엔 중국대표부]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에 따르면, 장쥔(张军) 대사는 한반도 정세가 다시 이 모양이 된 이유는 “미국의 정책 뒤집기와 기존 대화의 성과를 고수하지 못하고 조선(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무시한 데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다음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크게 좌우되고, 미국이 문제를 직시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의미 있는 실제 행동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공을 넘겼다. 

그는 “2018년 조선이 비핵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은 긍정적 조치로 호응하지 않았고 조선의 정당하고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고 성심성의껏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데 예를 들어 특정 분야의 제재를 완화하거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등이며, 관건은 행동이지 ‘조건 없는 대화를 바란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 대사는 “조선반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재 압박의 낡은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대북 제재는 핵·미사일 범위를 훨씬 넘어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련국들도 제재 이행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고 적절한 시기에 제재를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거부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안보리 성원들의 공감대를 가장 잘 결집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의 대신 의장성명을 검토해달라”고 했으는데 미국이 거부해 “중국은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사진갈무리-주유엔 미국대표부 유튜브]

반면, 제프리 드로렌티스(Jeffrey DeLaurentis)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올해 들어 북한은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발, 중거리 미사일 1발, 극초음속 활공 탄두 2 차례 등이라고 열거했다.

“이러한 도발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북한에 묵시적 용인을 했다”면서, 실제로 9일 후 북한은 무려 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이 모든 것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때에 일어났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북한이 핵실험장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무산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는 안보리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으나 오직 2개국만이 반대했다고 대비시켰다. 나아가 “불행하게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그들의 해명은 불충분하고 신뢰하기 어렵고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드로렌티스 차석 대사는 “올해 초 중국과 러시아는 ‘무제한의 파트너십’을 서약했는데 우리는 이 거부권 행사가 그러한 파트너십의 반영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정을 해치는 발사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맞는다”면서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각각의 책임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미국이 추진한 결의안 채택 시도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정신에 위배된 불법 행위”라고 비난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북 외교적 관여와 대화는 연막으로 덮은 적대정책에 불과하다는 걸 명백히 증명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