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북한 비핵화 의지 없어...중‧러 설득”

한미 정상회담 성과 브리핑, ‘대북 카드’ 못 내놔

2022-05-23     김치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23일 오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브리핑했다. [갈무리사진 - 통일뉴스]

“북한이 이렇게 만든 핵과 미사일, 이것을 스스로 북한이 폐기하고 비핵화할 그런 의지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3일 오후 1시 30분,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성과 브리핑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북한 스스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일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21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다양한 일정을 함께 했고,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간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면서 “북한과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박진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거나 “우리 측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임을 설명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지지를 표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되풀이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해법을 찾지 못한 것.

오히려 “중단·축소된 연합훈련의 확대를 위한 협의를 개시”, “미 전략자산의 적기 전개와 필요시 추가적 조치”, “한미 외교·국방 차관 간 협의, 2+2 형태로 진행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를 조기 재가동” 등 대북 압박책에 방점을 찍었다.

박 장관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이렇게 도발을 하고 국제적인 위협을 했을 때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에 대해서 이것을 규탄하고, 또 비핵화를 하도록 촉구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견인해서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다시 하지 않고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사회 노력도 아울러서 우리 외교부에서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등이 추진하려고 하는 유엔 안보리 규탄성명이나 추가제재 결의 채택 등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 장관은 이번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로 명기된 점에 대해 “우리 한국은 남북한 비핵화 선언을 잘 지키고 있고, 또 우리는 핵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에 한반도의 비핵화, 또 북한의 비핵화, 이렇게 표현이 두 가지로 나왔는데, 사실상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도주의와 인권의 차원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 내 심각한 코로나 상황 대응을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며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북측은 남측의 지원 의사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박 장관은 “지금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건 쿼드(Quad, 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건 간에 우리 지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그것이 중국을 겨냥하고 중국과 대립을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고, 중국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규범과 질서를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고,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에 대해 박 장관은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격상된 것은 우리의 공통의 가치, 민주주의와 또 인권이라고 하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앞으로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이고, 또 이번에 그것을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가치 동맹’ 강조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 포위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전적으로 호응하는 것으로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장관은 “한미동맹이 강화됐다고 해서 한중 관계를 등한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이 만약에 그런 우려를 한다면 그것은 한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서 그러한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경제안보라는 차원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고, 그것은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 그러한 협력이 될 것”이라면서 “얼마 안 있으면 미국의 국무차관이, 웬디 셔먼 차관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미·일 차관급 협력을 위한 대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미국 국무부 차관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구체화시킬 것을 예고한 것. 과거사 문제로 꼬여있는 한‧일 관계가 어떻게 풀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이외에도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외교부 북미국 내 인태전략팀과 양자경제외교국 내 IPEF팀을 출범할 예정”이며, 박 장관의 방미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