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현장 지킨 대전지역 통일운동가 15인의 삶

[화제의 책] 권순지의『비단옷 입고 밤길 걸었네』

2021-07-07     박희인

이 책은 청년작가 권순지가 2019년 청년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통일운동 단체에서 공익활동가로 일하면서 ‘대전지역 통일운동을 구술기반으로 기록’한 책이다.

고통스런 분단의 역사만큼이나 긴 통일운동 역사에서 대전에서도 치열했던 그 현장을 지켜낸, 숱한 운동가들이 있다.

권순지, 『비단옷 입고 밤길 걸었네』, 통일뉴스, 2021. 6. [자료사진 - 통일뉴스]

197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독재정권과 반통일 세력들에 의해 모진 탄압과 인권유린을 감내해야 했던 시기, 차가운 감옥에 갇힌 수많은 양심수와 장기수를 후원한 민가협 어머니의 삶에서부터, 목회현장, 교육현장, 노동현장, 통일투쟁의 현장에서, 자주와 민주, 통일을 위해 헌신한 15명의 통일운동가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비단옷 입고 밤길 걸었네』라는 책의 제목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 위에서 분투해온 통일운동가들이 세상에 드러나길 원한다’는 취지에서 옛말을 차용한 것이다.

작중 민가협 홍성순 어머니에게서도 언급된 이 말은, 70년이 넘는 분단세월 속에서 어둡고 긴 밤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수많은 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한 삶을 거부했던 이들. 어제의 고된 삶에서 여전히 분단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 모습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전지역에서 통일운동의 길을 개척한 운동가들에 대한 삶과 고뇌, 그리고 희망과 열정을 청년작가의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한 기록이지만 구슬을 꿰듯 이들의 삶은 대전지역 통일운동의 역사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시대 앞에 자주적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역사의 주체가 되듯, 또한 이들과 함께한 수많은 이름없는 사람들이 있기에 통일은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운동가의 삶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작가이지만 운동가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과 공감으로 시대와 세대를 넘나들며 생동감 있게 기록했다. 분단시대를 함께 살고 있으면서 앞으로 통일시대를 개척해 나갈 청년들에게 대전지역 통일운동 역사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자 권순지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 2012년, 오마이뉴스에 짧은 칼럼을 게재하면서부터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 이후 도시의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 마을 등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에 관한 글을 쓰며 다양한 예술가, 활동가와 협업하고 연대해 왔다. 사람을 만나 그 사람들의 삶을 세상과 연결하는 글을 주로 써왔다. 사회 주변화된 존재들을 향한 애정과 관심에서 기반한 연구와 기록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