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가 너무 멀다고? 전국이 평화통일 체험교육장”

[화제의 책] 권기봉, 김진환 등 『대한민국 평화기행』

2021-05-20     김치관 기자

통일교육원이 국립통일교육원으로 바뀐 뒤 특별한 책이 한 권 나왔다. 국립통일교육원이 기획하고 권기봉 작가와 김진환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한모니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가 공동 집필한 『대한민국 평화기행』(창비)이 그것.

전국을 인천·경기, 서울, 충청·호남, 부산·대구·영남, 제주, 이렇게 다섯 권역으로 나누어 평화교육의 거점들을 기행할 수 있게 이끄는 서른 꼭지의 글로 엮었다. 한 마디로 전국 방방곡곡을 평화교육의 산 교육터로 안내하는 셈이다.

 권기봉, 김진환, 한모니까 공저, 『대한민국 평화기행』, 창비, 2021. [사진 - 통일뉴스]

이순신 장군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 우리 역사의 주요한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일제시기 항일운동의 흔적이 인물로 보나 사건으로 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전쟁과 분단의 비극도 처처에 어려있다.

서울 시내에 있지만 제대로 그 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효창공원만 하더라도 조선왕조의 묘역에서 독립운동가 묘역으로 재탄생한 과정이 윤봉길 의사 유해 발굴부터 첫 국민장까지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포함해 생생하게 안내돼 있다. ‘김구 무궁화’, ‘안중근 무궁화’, ‘윤봉길 무광화’, ‘이봉창 무궁화’, ‘백정기 무궁화’의 사연은 아는만큼 보인다는 경구를 실감케 한다.

헤이그 밀사 보재 이상설의 진천 생가는 고증 없이 복원됐고, 기념관 건립 예정지는 터만 닦은 채 몇 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 게다가 중국 연변 용정시 대성중학교에 있는 ‘이상설 선생 역사 전람관’은 관람객이 많은 윤동주 기념관에 비해 아예 통로 문이 닫혀 있는 안타까운 상황도 그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 역사와 국토에 애정을 가진 필자들이 발품을 팔아 쓴 글들로 엮여져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인물과 사건, 장소를 하나하나 정성껏 호출해 오늘날 살아있는 평화교육의 자산으로 갈무리한 것이다. 생생한 컬러 사진들도 공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특히 부록으로 제공된 「답사지도」는 전국 어디를 여행하더라도 가까운 곳의 평화기행지를 찾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 평화기행 길라잡이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김진환 교수는 책 서문에 “우리 지역에서는 DMZ가 너무 멀다”며 평화통일 현장체험학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에게 “학교나 집에서 가까운 장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누구와 가는가, 어떤 이야기와 동행하는가에 따라 이전에 갔던 장소가 달리 보이고, 그것에서 다른 생각을 했던 경험”에 근거해 가까운 전국 각지가 평화통일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한 권의 책으로 대한민국의 평화기행지를 충분히 담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각 지역별 평화기행 안내서가 속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북녘의 평화기행지와 만주지역을 비롯한 국외의 평화기행지에 대한 안내서까지도 발간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