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바이든,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 함께 마련”

4일 오전 통화서 “한일관계 개선이 역내 평화·번영에 중요”

2021-02-04     이광길 기자
문 대통령이 4일 오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실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오전 8시 25분부터 32분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북정책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주된 행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3월초 한미연합지휘소연습 연기 또는 축소’ 등 구체적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공통으로 마련할 때까지 한국이 앞서 나가지 말아 달라는 취지 아닌가’는 의문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양국의 입장을 공유해야 하는 그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이라고 일축했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특히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ㆍ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반도 정세를 같이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한미일 협력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두 정상이 같이 공감을 했다”고 알렸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같은 각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미얀마 문제 같은 경우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언급을 하셨고, (문) 대통령께서 공감을 하셔서”라고 알렸다.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가자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전례 없는 도전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미국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치켜세우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 희망의 하나가 한국”이라며 “한미 양국 관계는 70년간 계속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관계의 강화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미가 역내 평화ㆍ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ㆍ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 일자리 창출 및 신산업 발전 등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했으며, 문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우리의 그린 뉴딜 정책을 소개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기후정상회의와 P4G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코로나 백신ㆍ치료제 보급,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꼭 직접 만나서 협의하길 기대한다”면서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면 한미 양국, 한미 양 국민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방금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코로나, 기후변화, 경제 양극화 등 중첩된 전 세계적 위기 속에 ‘미국의 귀환’을 환영했다”고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은 코드가 잘 맞는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한미동맹, 글로벌 대응 등 현안 이슈 등에서 코드가 맞았지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한국과 미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니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 기후변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문 대통령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저도 교황과 대화한 일이 있다”면서 “교황께선 동북아 평화 안정, 기후변화 등을 걱정하셨다. 자신이 직접 역할을 하실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황님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백악관도 두 정상의 통화를 확인했다. 

3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북한(DPRK) 관련 긴밀하게 조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버마(미얀마) 내 민주주의의 즉각적 복원 필요성”에 동의했다. 양측 모두에 중요한 글로벌 문제들을 논의하고,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는 데서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