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묻어나는 명랑함, 전망에서 오는 건강함 있다"

[화제의 책] 북 바로알기 2편 『다르고도 같은 북의 예술이야기』

2020-12-19     이승현 기자

70여년을 갈라져 살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서로 한결같은 것은 무엇인지, 달라졌다면 어떻게 변했는지를 잘 살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어코 같이 살겠다는 의지이자, 열망이며, 가장 구체적인 통일준비이기 때문이다.

『다르고도 같은 북의 예술이야기』. 302쪽, 도서출판 4.27시대, 2020.11.12 [사진제공-도서출판4.27시대]

『다르고도 같은 북의 예술이야기』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이 책은, 북의 문학과 예술을 대상으로 다른 면을 다르다고만 인식하지 않고 포용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1년전에 나온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1-이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이은 북 바로알기 연작의 두번째 '문화예술'편이자, 기획 시리즈 '통일교과서'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공저자로 참가한 4.27시대연구원의 설명이다.

북한 문예에 대한 개괄부터 문학, 음악, 무용 등 각 예술 장르에 대한 개요, 남북 문화예술 교류 역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충실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섰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북한의 문학과 예술에 작동하는 정체성의 핵심은 '정치'"이며, "북한 문학예술은 세계적 보편성와 문화적 주체성 사이에서 주체성에 훨씬 더 많은 무게를 둔다. '북한'이라는 정체성을 우선한다"고 북한 문예의 특징을 설명했다.

창의성이나 예술성을 기본정신으로 갖추어야 할 문학예술이 정치를 지향한다고 해서 북한의 문학예술을 '관제'라고 비판하고 주체성에서 벗어나라고 타박하는 것은 곧 북한의 문학예술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학예술이 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북한의 문학예술은 북한 사회가 규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창작되기에 '주체'는 곧 정치적 지향이 아닌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북의 문학에 대해 소개한 김은정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HK 세미오연구센터 부교수는 우리 사회가 북한 문학을 읽는데서 마주하는 두가지 장애를 거론하며 이의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전·선동의 도구로 기능한다는 거부감과 무시 △도식적이며 재미없는 근대에 미달한 문학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먼저, 사람들은 현실에 갇혀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가장 도식적이고 통속적인 이야기에 열광한다는데 주목했다. 

통속성의 마법에 빠지는 것이야 말로 문학적 상상력의 핵심일진데, 오히려 근대문학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을 키우는 전통문학보다도 개인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문학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상황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그리고 대화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다"고 하면서 "그들을 꿈꾸게 하는 것은 바로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전·선동 운운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그래서 "그들이 겪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심청이나 홍길동이 꾸는 세상처럼 현실에는 없지만 그런 세상을 꿈꾸는 북한을 응원하면서 그들의 꿈과 이상을 엿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북한 문학을 옹호했다.

한마디로 "북한 문학에는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생활에서 묻어나는 명랑함과 전망에서 오는 건강함이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북한 소설 속 인물들이 욕망과 양심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김 교수는 "북한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길이며, 우리 문학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음악에 대한 여러 논문과 저서를 쓴 배인교 박사도 북한음악을 예술작품으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일련의 경향에 대해 "어느 사회에 속해 있건 간에 예술작품은 그 사회의 정치, 사회사상과 무관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대중음악에 대해 소개한 모리 토모오마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 객원 준교수는 현재 "북한 사회에서는 영화나 문학은 별로 활발하지 못하고 음악분야가 최첨단에 있는 것 같다"며, "김정은 시대 북한 사회를 알기 위해서 음악문화에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북한 무용에 대해서는 김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겸 춤문화비교연구소 대표가, 남북문화예술교류에 대해서는 이철주 문화기획자가 정리했다.

이 책은 입문서라는 한계속에서 여러 성의있는 접근을 아끼지 않았지만, 각 문예 장르에 대해 독립적이고 평면적인 입장 개진에 그친 점은 아쉽다. 

이번에 누락된 영화, 연극, 미술 등 주요 예술 장르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담아 새로 출간할 기회가 있다면, 각 장르별 현안 쟁점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정리되기를, 그래서 북 문예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분명하게 그려질 수 있는 심화 과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