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이후 북한의 대남입장 표명
2000-10-20 연합뉴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논평을 발표해 `아웅산 사건`(83.10.9)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강조하면서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 등 당국자들이 지난 9일 순국 외교사절 17주기 추모행사를 가진 데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6.15공동선언 채택 이후 북한은 △인천상륙작전 50주년 기념행사 △비무장지대에서 서울까지의 지뢰매설 계획 △한.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 논의 등을 사실보도 수준에서 전해왔던 데 비하면 꽤 강도높은 입장 표명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성태 국방장관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주적론`을 들어 완벽한 안보태세를 강조했을 때나 이 외무장관이 지난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포용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했던 때 그리고 북한관련 자료를 배포한 대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을 때도 불만 어린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그렇지만 한미 을지포커스렌즈훈련(8.21∼9.1)이 실시되기 직전에 나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는 `북남 합의에 대한 배신행위` 등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성명은 6.15공동선언에 언급된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원칙을 남측이 위반한 것으로 주장하면서도 군 당국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대남기구가 나섰다는 점에서 `경고성 발언`으로 비치기도 했으며 북한 당국도 그 이후 이 훈련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남한 당국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국방예산을 전년대비 6.5% 증액된 15조원으로 편성하고 국방부가 핵심전력 확보를 위한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조평통 대변인이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은 꽤 강도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성명은 `공동선언을 실천할 의사가 없으며 여전히 외세와 야합하여 대화 상대방을 침략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6.15공동선언 실천 의지를 수차례 문제삼고 나섰다.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잇따라 논평을 내고 이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을 남한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남한에서 자유민주민족회의, 전물군경유자녀회 등 이른바 반공우익단체 회원 1백여명이 `김정일 한국방문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결성대회에서 김 총비서 `화형식`을 진행한 데 대해서도 민감히 반응했다.
평양방송은 지난 8일 `우리 혁명의 수뇌부를 함부로 모독하고 통일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자들은 마땅히 역사와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면 반공깡패들, 반통일범죄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혁명의 최고수뇌부`, 즉 김 총비서에 대한 인신 모독성 비난에는 민감히 반응해 온 과거 사례와는 달리 더 이상 재론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통신이 이 외무장관의 아웅산 순국 외교사절 추모행사 참석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북남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사도 없고 조미관계의 개선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밝히고 나섬에 따라 남북관계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동선언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남조선 당국자들이 진실로 민족적 화해와 조국통일을 바란다면 6.15공동선언에 배치되는 반(反) 공화국 대결놀음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는 일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단 대목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데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케 한다. (연합200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