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9.20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 발족선언문
2000-10-10 연합뉴스
시대가 요청하는 변화의 소명
지금 우리는 분단과 독재의 오랜 질곡을 넘어 민주와 통일의 새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냉전에서 평화공존으로, 독재에서 민주로, 독점에서 평등으로, 갈등에서 화합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미래는 노력없이 얻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우리는 암울했던 지난 시대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종교, 교육 전반에 걸쳐 드리워놓은 무거운 그림자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그림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깊은 각성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완전한 민주화와 통일의 희망에 찬 미래 사회의 건설은 국민의 정신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는 구시대적인 해악을 걷어내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반세기에 걸친 분단 시기를 살아오면서 각기 모순의 재생산 회로 안에 갇혀 있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자기 사회의 모순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평화의 한반도 시대를 맞기 위한 내부개혁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은 의식 개혁을 통한 가치관의 변화이다. 불신과 증오의 냉전적 가치관에서 화해와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통일의 가치관으로, 독재와 독점에서 평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가치관으로, 외세의존에서 민족자주의 가치관으로의 전환 없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예비할 수 없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적 소명 앞에서 우리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 의식변화는 민의를 정직하게 담아내고 시대의 변화에 걸맞도록 이끌어줄 언론의 존재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한 사회의 거울이며 미래사회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언론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 언론은 시대의 요청을 담아내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자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언론은 바로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의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대신, 냉전과 독재의 구시대적 가치를 되살려 그 위에 기생하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삼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선일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지 않고는 의식변화를 요청하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에 우리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이유
첫째, 우리는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정확한 사실보도이다. 특히 통일문제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룸에 있어 언론은 더더욱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정도를 지켜야 한다. 언론사가 사주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보도의 원칙을 외면하고 왜곡보도를 일삼을 때, 그 언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는 통일과 민주화의 대세를 부정하고 시대를 역행시키기 위해 의도적인 왜곡 및 흠집내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최장집교수 사상 재단, 지역갈등 조장 보도,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보도 태도, 총선연대 흠집내기를 통한 시민운동 폄하, 개혁세력에 대한 음해보도, 남북화해에 딴지걸기 등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우리는 자사의 이익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적 의무마저 저버리는 조선일보를 공정한 언론기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우리는 조선일보의 후안무치한 역사왜곡에 주목한다. 조선일보는 틈만 나면 스스로 민족정론지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일제시대에 조선일보는 대동아공영론을 주장, 일제의 조선침략을 정당화했고, 광주학생 사건 등 민족항쟁을 테러로 매도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황민화 기사`로 일본 천황에게 복종하고 충성할 것을 선동했으며, 일제의 내선일체론을 미화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조선청년동원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1940년 8월11일 폐간된 후 조선일보는 더욱 노골적인 친일행각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 독재시대에 철저하게 권력과 야합, 민주화를 부르짖는 국민의 소망을 외면하고 군부독재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독재권력에 대한 낯뜨거운 아부를 통해 독재권력 시절 급성장한 조선일보는 이제 1등 신문을 자임하며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92년 대선 당시 조선일보는 최근 김정일 위원장 답방 반대서명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함으로써,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조선일보가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이다.
독재권력 시절 북한관련 보도에서는 오보를 일삼으며 남북적대적 관계를 부추기기에 급급했던 조선일보는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최근까지도 북한의 대남전략 운운하며 안보상업주의를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민족지도 아니며, 민주주의적인 신문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친일·친독재, 반통일 수구 신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조선일보를 반대한다.
셋째, 우리는 <보수>라고 주장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위장에 반대한다. 조선일보는 남북화해의 대세를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없게 되자, 교묘한 논리를 앞세우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조선일보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민족의 염원인 남북화해를 방해하는가. 조선일보가 원하는 사회는 민주와 통일의 평화시대가 아니라 냉전과 독재의 과거인가, 조선일보는 냉전이데올로기에 젖은 필진을 동원, 개혁과정의 문제점을 좌우이념대립의 낡은 틀에 꿰어맞춰 사상공세를 펴는 등 `문필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걸핏하면 사상논쟁을 벌여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불순세력>으로 매도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모든 목소리를 구시대적인 사상검증을 통해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보수임을 자처한다. 보수는 지켜야 마땅한 가치를 지키려는 합리적 세계관이다. 우리는 언론이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본연의 의무마저 저버리고 과거회귀의 논리로 `자신 이외의 모든 생각`을 `극좌`로 매도하는 조선일보을 건전한 보수언론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수구언론일 뿐이다.
이외에도, 방씨일가의 부끄러운 여러 가지 행적, 조선일보 내 수구적 필진의 수치스러운 행태, 금전을 이용한 사회 전분야와의 야합 등의 문제 등도 우리로 하여금 조선일보에 반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우리는 지난 8월 7일 조선일보를 거부하는 1차 지식인 명단을 발표했다. 오늘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를 출범시키며 2차 지식인 명단을 함께 발표한다. 많은 분들이 동참의 뜻을 밝혀 왔다. 개중에는 공식적으로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분들도 많이 있다. 공개되는 숫자 뒤에 더 많은 지지자들이 있음을 밝혀두며 조선일보반대 시민연대를 변화를 요청하는 새 시대의 물결 위에 진수시킨다. 오늘 태어나는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지난 98년 결성되었던 조선일보 <허위왜곡보도공동대책위원회>의 연장이며 부활이다. 과거 조선공대위는 조선일보의 오만한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일부분 후퇴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오늘 결성되는 시민연대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그에 걸맞게 축소시켜 통일과 민주화의 대세를 지키는 지킴이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국민여러분과 함께 조선일보의 허위와 왜곡, 오만과 위선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나갈 것임을 단호하게 천명하는 바이다.
2000.09.20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참가단체>
건강사회를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민언련, 경남민언련, 국제민주연대, 대전충남민언련, 매비우스, 문화개혁시민연대,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민언련, 민예총 언론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정기수호협의회, 민족회의, 민주노총, 불교언론대책위원회, 4월혁명회, 전북민언련, 전국노점상연합, 전국불교운동연합, 전국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학단협,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규명위원회, 언론정보학회,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전국연합, 전대기련, 대구희망의시민포럼,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물과 사상 독자모임, 울산민주시민회, 바른언론을 위한 시민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5.18 광주민중항쟁서울경기동지회, 천주교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 대자보, 민교협, 한총련 학부모회, 제주 4.3 연구소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개인참여>
김선태(서울 종로구 구기동)
하형진(광주광역시 동구)
한 면(연대 응용통계학과 강사)
문관석(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