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18 방북관련 이회창 총재 특별담화

2000-10-10     연합뉴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 양측에서 100명의 이산가족들이 3박4일의 짧은 교환방문을 마치고 또다시 생이별을 했습니다. 눈물로 얼룩진 상봉현장을 바라보는 7천만 겨레의 마음도 몹시 아픕니다.

저는 우선 이번의 이산가족 상봉을 있게 한 김대중대통령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우리 모두가 확인했듯이 100명의 이산가족이 그나마 매우 제한된 형태로 만나는 것은 분단과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산가족을 더 가슴아프게 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김대중대통령은 김정일위원장을 설득해서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 제도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을 끌 이유가 없습니다. 양측 모두 이 문제만큼은 인도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모든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방문이 지속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당장 면회소도 설치해야 합니다.

특히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분명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이제 9월초에 비전향장기수 63명이 북으로 송환될 것입니다.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인권도 똑같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비전향장기수의 송환과 함께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상봉과 송환도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김대중대통령과 정부는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야당의 총재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적절한 시점이 오면 김정일위원장과도 만날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 대화와 교류의 출발은 상호 이해의 증진이며 이는 균형잡힌 모습과 예양을 갖춰야 할 일입니다.

이미 김정일위원장의 초청으로 김대중대통령이 평양을 다녀왔고 언론사사장단까지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김정일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고 북의 언론인들도 서울에 와서 남한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북에 알려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야당총재까지 만사를 제쳐두고 북으로 쫓아간다는 것은 균형잡힌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상면의 기회가 오면 김정일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의 진전과 평화정착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방북의 시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북에 저의 방북초청을 요청했다고 발표했으나 한마디 사전양해도 구한 바 없으며, 이는 균형잡힌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