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 노동당 행사 남측 참가 의미
2000-10-07 연합뉴스
조선노동당 창당 55돌 기념(10.10) 행사에 남측 10여개 단체가 참가하게 된 것은 남북이 상대방 체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서로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명시한 6.15남북공동선언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남과 북은 6월 평양회담을 통해 남측은 북한의 전통적인 대남통일정책인 `낮은단계의 연방제`를 인정했고 북측은 주한미군 문제나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더이상 문제삼지 않게 됨으로써 남북은 사실상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한 상태에서 협력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주체사회주의`의 중추이자 전위인 조선노동당 창당 행사에 비록 `민간` 차원에서나마 남측 인사들이 참가하게 된 것은 6.15선언 이후의 `문서상` 또는 `형식상`의 상호체제 인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측 인사들의 이번 방북은 세 차례의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당국간 남북대화의 효과가 민간차원으로 확산되는 것이기도 하다.
6.15공동선언과 이후 남북대화가 당국간 대화로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과거 북측과 연계된 통일운동을 주도해 온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남북 당국의 대화를 지지하는 역할에 그쳐야 했다.
그러나 노동당 창당 행사 참가를 계기로 앞으로의 남북대화는 당국간 회담 외에 이들 민간단체들의 대북 교류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민관(民官)이 함께 남북대화에 나서는 것은 곧 6.15선언과 당국간 대화 때마다 강조되는 `민족의 단합`이 실현되는 것을 뜻한다.
이번 행사에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이 참가를 고집하지 않는 것도 남측 정부와 민간 사이의 공조관계 성립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정상회담 직후 북측이 남측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10년 전통의 `범민족대회`를 중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외적으로 이번 행사는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민족 공조`의 기반을 다지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6.15선언 첫 항에 명시된 `자주`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으로 앞으로 남북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면서 `민족 공조`를 강화해 나갈 수 있게 됨을 뜻한다.
다만 이번 행사에 남측 민간 단체들만 참가하며 정부가 참가희망자 전원이 아닌 단체별로 제한된 인원만을 선별 허용한다는 점에서 `민족 공조와 단합`의 한계가 드러나며 이는 앞으로 `남남대화`를 통해 서서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민간단체들은 그동안 7·4공동성명, 92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당국자만의 합의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일반 주민들 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자주 교류`를 주장해 왔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남측에서는 `남조선 혁명기지의 총본산`이라는 조선노동당에 대한 인식과 함께 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감이 서서히 불식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