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조선노동당 창건행사 초청 의미

2000-10-04     박희진 기자
박희진 기자 (hjpark@tongilnews.com)


북측은 조선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맞아 평양에 남측의 30개 정부, 정당, 사회단체 대표 등을 북으로 공식초청하는 서한을 3일 판문점을 통하여 남측에 직접 전달하였다.

북측은 지난 29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하여 "역사적인 평양 상봉과 6.15 공동선언 따라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때, 그러한 대책으로 조선노동당 창건 55돌에 즈음하여 남측의 정당, 단체 대표들과의 개별적 인사들을 평양에 초청하기로 결정하고 합동회의 명의로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북측이 보낸 편지에 따르면 남한 정부, 정당, 사회단체 초청의 배경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자랑찬 역사를 감회 깊이 돌이켜보며 10월의 명절을 성대히 경축하고자..."

첫째는 말그대로 조선노동당 창건 55돌을 맞아 `지난 자랑찬 역사를 성대히 경축`하고자 하는 북한의 자부심과 긍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당창건 기념일을 매년 성대히 치뤄왔다. 1945년 10월 10일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를 창설한 것을 출발 기점으로 하여 철저하게 당 중심의 국가발전전략을 설계, 구현해온 북한으로서는 당창건 기념일 만큼이나 중요하고 경축할 만한 행사가 없다.

특히나 90년대 들어 계속되는 대내외적 시련과 난관을 일정 극복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는 더욱더 `성대한 경축`을 부추기는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측의 각계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함께 명절을 쇤다면 온 겨레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조국통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

둘째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의 요구에 맞게 남한측 대표들을 초청함으로서 남북의 통일열망을 높이고, 남북 정당, 사회단체간의 교류 협력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로서 해석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남북 당국자만의 일원화된 창구로 통일논의를 전개해 오지 않았다. 따라서 계속적으로 북측의 제안과 요구를 담은 대남서한을 각 단체 혹은 개인 인사들에게 발송해 왔다.

지난 98년 2월에는 `조국통일 3대원칙 존중과 외세배격 용의`를 표명하며 `연북화해정책` `동족간의 합작과 단결` 등의 요구를 담은 정당 단체연합회의의 명의의 대남서한을 보내왔다.

또 지난해 2월 정부, 정당, 단체연합회의 명의의 대남서한에서는 하반기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의하며 `반북외세공조파기`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단체, 애국인사들의 활동 보장` 등 3개항의 선행실천사항을 제시했다.

반면 이번 대남서한에서는 남북의 통일열기를 한껏 높인다는데 그 주요 의미가 있고, 이제까지 제시해온 여러 제안들을 차후 초청방북을 기회 삼아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동족의 경사를 함께 맞고 즐겁게 쇠는 것은 조상전래의 미풍량속과 전통을 비추어보아도 좋은 것..."

셋째는 향후 남북 교류와 화해 협력의 조치중 하나로 남북 기념일을 상호 축하해주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평화적 공존의 자세와 태도를 촉구하는 의미로의 해석이다.

조선노동당의 창건 기념일은 북한의 민족 경사일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은 경축일이지만 북한에게는 매우 성스러운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의 성스러운 경축일을 축하해 준다면 이는 북한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승인해 주는 결과가 될 것이란 측면에서, 남한측 정부 관계자들이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은 `바쁜 국회 일정`을 이유로 완곡하게 거부입장을 밝혔으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정부 당국자는 오늘 오전 `노동당 창건 행사 참석 등 정치적 교류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본다` 며 `정부는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행사의 정치적 성격 등을 감안해 북측의 초청에 응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우리의 경축일에 북한인사들을 초청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특히 향후 상호 체제를 인정한 위에 교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통일의 수순을 생각해 본다면 이제 이러한 문제는 `시기상조` 이거나 더 이상 미뤄질 사안들이 아니다.

이제 북측의 초청제안을 계기로 삼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통일을 향해 걸어가는 남북 발걸음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 안목에서 수순과 틀을 짜는 것이 매우 긴요하게 나서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측 당창건일 초청서한 전문

북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초청에 대한 각계 반응

정부, 북 당 창건행사 초청 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