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관계 보조 맞춰야” vs “남북-북미 관계 선순환해야”
‘보수’ 매체들이 한미동맹 균열을 노래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인정했듯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입장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함으로써 방북 여건을 조성하고 9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비핵화 관련한 다음 단계 합의를 이끌어내길 희망하고 있다.
시급한 현안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문제다. 이 사무소의 개소와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포괄적인 제재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한국 측의 요구에 미국은 ‘제재 유지의 중요성’을 들어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시점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제3차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미(비핵화)-남북관계 간에 ‘엄격한 보조 맞추기’를 요구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북.미 간 후속협상이나 물밑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종전선언’(북), ‘핵.미사일 프로그램 신고’(미)를 요구하며 맞서더니 ‘대미 비난성명’과 ‘대북 제재.압박 강화’라는 낡은 레퍼토리로 되돌아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배경이다.
그는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혔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엄격한 보조 맞추기’라기보다는 남북관계가 반발 정도 앞서가면서 북미관계를 이끌어가는 구도에 가깝다. 2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북미관계 발전이 남북관계 발전을 촉진하고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이 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은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미 평양에는 영국, 독일 포함해서 각국의 대사관이 24곳이 있다.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 만든 것은 그런 대사관보다는 훨씬 낮은 단계이지 않나”면서 “공동연락사무소 가지고 시시비비 가리는 자체가 너무 협소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연락사무소는 미국의 허락이나 동의를 맡을 사안이 아니고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