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힌 남북대화 구도

2000-09-30     연합뉴스
제3차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경협실천.협의기구 설치 및 운영에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 현안을 논의할 남북대화의 체계가 마련됐다.

일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앞으로 협의, 설치한다는 유보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상회담-장관급회담-부문별 회담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문별회담은 국방장관회담, 경협추진위원회, 적십자회담으로 구성됐다. 이같은 라인업에 따라 남북간 각 현안별 논의구조도 가닥을 잡았다.

정상회담은 남측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북측의 실질적 권력자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간에 이뤄진다. 하지만 북측의 헌법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가수반이라는 점에서 12월초로 알려진 김영남(金永南) 상임위원장의 남한 방문도 눈 여겨볼 행사이다.

장관급회담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과 북측에서 남북대화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전금진(全今振) 내각 참사가 남북관계 현안을 두루 논의하면서 총론을 책임진다.

현안을 부문별로 들어가면 남북간 긴장완화는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과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이 국방장관회담에서, 이산가족의 인도적 문제는 박기륜(朴基崙) 한적 사무총장과 최승철 북적 중앙위 상무위원이 채널을 꾸렸다.

남북 경협 활성화를 논의할 경협추진위원회는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차관급이 수석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남측에서 이정재(李晶載) 재경부 차관이 나서고 북측에서는 정운업 민족경제연합회 회장이나 이번에 장관급회담 대표단에 포함된 허수림 총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식적인 채널 구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각종 회담의 내밀한 진행은 막후 라인에 의해 주도될 수 밖에 없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른바 `막후 실세`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 겸 대통령 특보와 김용순(金容淳) 당비서겸 특사가, 장관급회담은 남측의 서영교(徐永敎) 통일부 국장과 최성익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과 김완수 아.태평화위 실장이 끌어간다.

북측에선 류영선 대표(교육성 국장)도 상당한 실력자로 통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적십자 회담은 고경빈 한적 실행위원과 이금철 북적 상무위원이 실질적인 내용을 조율한다. 경제회담이 열릴 경우에도 결국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측 대표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북측의 통일전선부 또는 남측과의 경협사업을 도맡아온 아.태평화위 소속 대표간에 실질적인 논의가 전개될 전망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는 `각 분야별로 세밀한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남북 양측의 대남.대북정책 총괄 기관이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의 실질적 논의는 이 채널에서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200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