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 > 3차 남북장관급 회담결산
2000-09-30 연합뉴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공동선언으로 이뤄진 화해와 평화의 남북관계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러한 분위기를 확대 발전시키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우선 이번 회담에서 앞으로 경제협력문제를 다룰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협의해 설치 운영하고 장관급회담 하위 레벨에서 작동키로 했다.
오는 12월초로 예상되는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내년 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남한방문이 성사돼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이뤄질 경우 정상회담-장관급회담-각 부문별 회담으로 이어지는 남북간 현안 논의구조가 완벽하게 짜여지게 된다.
또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교수.대학생.문화계 인사로 구성된 시범 방문단 내년초 교환, 내년 8.15 서울.평양(京平) 왕래 친선축구대회 정기개최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함으로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백두산.한라산 관광단 교환 등으로 이뤄진 남북간 사회문화 교류 흐름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경평축구가 부활될 경우 시드니 올림픽 공동입장으로 막을 올린 남북 스포츠 협력이 본격적인 교류시대에 들어서는 것으로 2002년 월드컵 단일팀 구성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장관급회담은 남북대화의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 남북대화는 서울,평양,판문점에서만 열려왔으나 남북 분단 사상 첫 국방 장관회담에 이어 3차 장관급 회담이 평화의 섬으로 상징되고 있는 한반도 남단 제주도에서 열린 점에서 그렇다.
특히 우근민 지사는 이번 회담기간 `제주평화센터` 구상에 대한 북측의 참여를 비롯 내년 제주에서 개최되는 섬문화축제(2001.5.19-6.17)에의 북측 교예단 초청, 백두산-한라산 교차 관광 정례화 등을 전금진(全今振) 북측 단장에게 제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의 내용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계속적인 논의를 갖기로 함에 따라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회담 기간중 정부가 북한에 60만t의 식량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 공식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측으로부터 가시적으로 얻어낸 성과는 것은 거의 없다. 양측이 합의 발표한 공동 보도문의 내용이 원론적이거나 선언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3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이같은 결과는 회담 과정의 진통을 대변해주고 있지만 정상회담 이후 급속히 조성된 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다소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식량차관의 분배투명성 문제와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조속한 조치에는 많은 관심이 모아졌음에도 공동보도문에서 빠지거나 선언적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연합200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