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타격 탄두 1t 늘리기, 남북대화 악재되나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추진..정부, NCND정책 고수

2017-07-25     조정훈 기자

정부가 유사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와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는 미사일 탄두 중량을 5백kg에서 1t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24일 정부 핵심관계자를 인용, 정부가 유사시 북한 수뇌부와 지하 핵시설을 타격하는 사거리 8백km의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탄두 중량을 5백kg에서 1t으로 늘리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 지난 6월 23일 시험발사된 '현무-2' 탄도미사일. 사거리 800km로 여기에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한.미가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청와대]

지난 6월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탄두 중량을 늘리는 미사일지침 개정이 다뤄졌고, 올해 하반기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과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는 것.

지난 2012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지침에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백km에서 8백km로 늘리고, 탄두 중량은 사거리 8백km 기준에 5백kg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탄두 중량 5백kg은 지하 핵시설을 제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미 양국이 탄두중량을 1t으로 늘리는 데 인식을 같이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대화 성사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7.27정전협정체결일 계기 군사분계선상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과 10.4선언 10주년 및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이에 대한 공식반응을 일체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을 기념해 오는 27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탄두 중량을 늘리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이 본격화되면,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은 암흑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자주국방 강화,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이끌겠다는 차원에서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지금 현재 정부가 남북간 긴장완화와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대화를 제안한 상황인데, 지침개정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침개정은 조용하게 하더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나치게 부각한다면 북한이 오해할 여지가 있"어 남북대화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남북대화 제안을 뭉개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가타부타 반응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 건으로 북한이 공식입장을 내는 빌미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 체제를 공격하려고 미사일지침 개정을 준비하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 진정성있는가"라고 북한이 반응하며, "대화제의 자체를 폄훼하고 우리의 진정성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월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사진출처-청와대]

정부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일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정상 간 논의된 사항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우리 군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정상 간 논의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확인을 피했으며, 통일부 당국자도 "한.미 정상간 논의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월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을 방문,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현무-2'는 사거리 8백km로 북한 전역을 타격하는 미사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