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앞에 중립은 없다.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말해야..”
11일 밤 천주교대전교구 시국미사, 1200명이 거리 행진도 나서
지난 9일 전주교구에서 시작된 ‘헌정질서와 민주회복을 위한’천주교시국미사가 대전교구로 이어졌다. 11월 11일 저녁 7시 30분, 주교좌 대흥동 성당에서는 1200명이 가득 찬 상황에서 천주교대전교구 총대리 김종수 주교의 주례로 시국미사가 시작되었다.
강론에 나선 임상교 신부(갈마동성당)은 “시국미사 강론을 요청 받고나서 내면의 감정에서 올라오는 모멸감 때문에 강론을 쓰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하나님의 고귀한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믿고, 자유의지를 따라서 살고 있다고 믿었던 내 스스로의 삶 전체가 그 단 몇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부정되고, 부인되는 현실을 바라보니 과연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모멸감이 일어났다”는 말로 시작했다.
강론이 진행되는 동안 성당 안은 숨죽이듯 조용했고, 임 신부의 목소리도 차분했다. 하지만 강론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임 신부는 “뉴스에서 보았던 그 사람이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아니었다”며, “지난 3년 10개월 동안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모르고 살았다는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어느 분야까지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찾아내기가 어렵다”며, “정치, 경제, 문화, 체육 이제는 국방과 안보까지도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야겠냐”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지키려는 그에게 ‘내려오라’고 우리는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교황께서 말씀하셨듯이 고통 앞에 중립은 없듯이 마찬가지로 불의 앞에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시대가 정의를 원한다면 교회는 정의를 선택해야 하고, 이 시대가 교회에 희생을 원한다면 교회는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자들의 기도(보편지향기도)에 나선 조세종 씨는 “신앙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순교자의 후손들답게,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공동선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펼쳐질 수 있도록 우리 신자들과 사제, 수도자들이 한마음 한 몸으로 투신하며,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 속히 퇴진하고 민주적이고 공화주의적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데 울타리가 되는 거룩한 교회를 이루게 하소서”라며 기도했다.
천주교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이번 시국미사의 마지막은 시국선언문 낭독이었다.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김용태 신부(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사건은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며,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보여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우리를 더욱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이 사태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부르지만 그 모든 책임은 국정의 수반인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며 “그래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엄정한 사태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연일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이게 나라냐”하며 깊은 자괴감과 참담한 심정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국선언문에서는 이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엄중한 책임,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특검 실시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과 연대하는 것이야 말로 죄의 구조를 극복하고, 공동선에 대해 투신하는 것임을 확신하며, 이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하며, 미사를 마친 후 거리 행진에 나섰다.
십자가를 앞세운 행진대열은 “박근혜는 사과말고,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독재정권 심판하고, 민주주의 회복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흥동 성당 밖으로 나섰다.
거리 행진은 중앙로네거리를 거쳐, 목척교까지 간 다음에 그곳에서 유턴하여 다시 중앙로네거리를 거쳐 새누리당대전시당 앞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정리는 새누리당대전시당 옆 우리들 공원에서 진행했고, 밤 9시 30분경에 끝마쳤다.
전주교구에서 시작된 천주교시국미사는 11일 대전교구에 이어, 다음 주에도 전국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14일 인천교구는 저녁 7시에 답동주교좌성당에서, 부산교구에서는 저녁 7시 30분에 중앙성당에서 시국민사가 진행되고, 서울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 남녀수도회는 합동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