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회담, ‘8.25합의 이행위한 후속회담’
당국자, 수석대표 ‘격’ 문제..‘그 체제가 결정할 일’
남과 북은 다음 달 11일 열기로 한 ‘남북 당국회담’ 제1차 회의를 지난 8.25고위급접촉 합의의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에 맞추어 제반 실무 절차를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은 우리가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8.25 접촉의 후속회담 성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하자’라고 우리가 제안했고, 북한도 ‘부상급을 단장으로 하자’고 제안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정준희 대변인은 남북 당국회담에 참가할 수석대표로 통일부 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외교안보수석 등 정부 내 다른 차관 직급 중 누가 나가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남북이 협의해서 결정하기로 한 사안이고 회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앞서 지난 26일 판문점 ‘통일각’ 실무접촉에서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하자는 제안은 북측에서 먼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또 회담 장소와 관련해서는 8.25합의 1항에 따른 당국회담 일정이 늦어진 만큼 시간을 절약해서 실속있고 집중적인 회담을 위해 중간 장소에서 만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초청측인 북측에서 선 발언을 통해 처음부터 먼저 부상급으로 제안했다. 북측은 그 취지를 설명하면서 (당국회담을) ‘8.25합의가 있고 1항의 내용에 따른 후속조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즉, 북측은 이번 당국회담의 성격을 8.25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회담이라고 생각한 것이며, 예를 들어 8.25합의 6항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실무적 논의를 해야 하니까 ‘부상급’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측이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남측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상급으로 제안한데 대해 정부측도 같은 제안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누구를 ‘부상급’으로 볼 것이냐는 소위 회담 수석대표의 ‘격’과 관련, 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수석대표의 격 논란을 벌이다 결국 서울에서 열기로 했던 장관급 당국회담이 무산된 상황과는 달리 이번에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북에서 말하는 부상급에는 어떤 직책이 있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책이 다양하고 당 통전부와 최고인민회의, 정무원 등에서 나온 경우들이 있어 분명하게 말하기 어려우며, 일단 저쪽에서 누가 나오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어느 나라에서든 협상 대표는 기본적으로 그 체제가 정하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 누가 나가면 좋겠다는 결정은 임명권자가 대사 임명하듯이 하는 것이므로 상대측에서 누가 나와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3년 벌어졌던 ‘격’논란이 정부 출범 초기에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가는 시점에서 북측의 권한 있고 실질적인 당사자와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2+2회담(김관진·홍용표+황병서·김양건)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8.25합의가 있는 상황에서 이행국면의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통일부 장관이 북측 김양건 당 중앙위원회 비서 앞으로 예비접촉을 제의하는 전통문 등을 3~4차례 보냈고 북측에서는 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통일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온 사실을 거론, ‘격’문제를 정리하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8.25 합의 당사자인 통일부 장관이 그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본인 명의로 전통문을 보낸 것이고 북측 조평통 서기국은 그 것이 자기 업무라고 생각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군사현안이 있다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게 보낼 수도 있지만 합참이나 국방장관이 보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논리이다.
그는 나아가 이번 당국회담에서 8.25합의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풀어나가다가 서로 필요하고 중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위 당국자 접촉을 다시 가동할 수도 있다는 상호인식이 지난 8.25합의 당시에도 있었고 이번 실무접촉 과정에서도 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국 회담 장소를 서울 또는 평양으로 명시한 지난 8.25합의와 달리 개성공단으로 정한 것은 연말이 다 되어서야 실무접촉이 이루어진 사정과 관련, 12월 하순에 대략 60~70명 규모로 예상되는 대규모 이동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중간 장소에서 만나 집중적으로 시간을 절약해서 실속 있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회담이 되면 좋겠다는 양측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 규모와 관련해서는 의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로 포괄한 만큼, 1차 회담의 경우에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만큼 대표단이 나와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과거 총리회담에 7명, 차관급 회담에 3명, 경추위 회담에 5명이 참가하는 등 다양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만한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당국 회담 의제를 포괄적으로 정한 것은 지난 8.25합의 1항에 명시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 온 것이라고 한다.
북측에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적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될지 모를 회담의 의제를 너무 구체적으로 정하면 오히려 회담을 제약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남측 의견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은 다음달 11일 당국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대표단 명단 통보, 회담 날짜에 맞춘 세부 일정 등을 정하게 된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절차적인 문제 외에 실제 안건을 다루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