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유산등재 '강제노역' 물타기 번역본 언론에 제공
일본 정부가 5일(현지시각),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밝힌 '강제노역' 부분을 물타기한 일어 번역본을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6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5일 일본 대표가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 노역하였으며(for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라고 발표한 부분을 일본 정부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게 된(厳しい環境で働かされた)"이라고 일역해 자국 언론에 제공했다. '강제성'이 '수동형'으로 바뀐 것이다.
5일 오후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들이 자기 의사에 반해 노역하였다는 것을 사실상 최초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처럼 내세운 바 있다.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이뤄낸 값진 성과"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5일 심야 브리핑 발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한국 대표 발언에는 '강제노동'이 들어있었으나 이는 불법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므로 일본측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양측이 조율한 결과, 한국 대표가 발언문을 수정했다.
실제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5일 '강제노동'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일본이) 발표한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국측 입장 발표를 대신했다. 4일로 잡혔던 심사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은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에서 '강제노동' 표현이 거론되지 않게 함으로써, 이번 등재결정문이 일본 정부가 '강제노동'을 인정했다는 근거 자료로 쓸 수 없게 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 때문이었던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등재 결정 직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한반도 출신 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우리 대표의 발언에서 'forced to work'라는 표현 등은 '강제 노동'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6일 오후 외교부 당국자는 "어제 세계유산위 등재 심사 과정에서 의장이 영문본이 정본이라고 밝혔다"면서 "한.일 간 협의할 때도 영문으로 했고 그러니까 영어가 정본"이라고 강조했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판결문(1946) 등에 비춰 'forced to work'는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노동'과 관련, 국제노동기구(ILO)가 공식 사용하는 표현은 'forced labour'이다. 과거 '노예노동'과 유사한 형태의 노동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ILO 강제노동협약(1930)에 따르면, 전쟁 시기 동원에 따른 일부 노동은 '강제노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추가, 17:49)
| <자료 - ILO 강제노동협약(1930) 제2조> 1. For the purposes of this Convention the term forced or compulsory labour shall mean all work or service which is exacted from any person under the menace of any penalty and for which the said person has not offered himself voluntarily. 2. Nevertheless, for the purposes of this Convention, the term forced or compulsory labour shall not include-- (출처-ILO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