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봉단 속초 집결, “만나면 반갑게 껴안아 주고 싶다”
▲ 박금순 씨가 북측 언니 박계화(81) 씨에게 보여줄 부모님의 사진을 기자들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에서 설 계기 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가 끝난 22일 오후, 한켠에선 2차 상봉 대상자들이 부푼 마음을 안고 속초에 결집했다.
2차 상봉은 북측 가족의 의뢰로 남측 가족들을 만나는 행사여서 인원이 대폭 늘었고, 연령대는 대체로 낮아졌다.
22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한화콘도에서 열린 이산가족 등록은 1차 상봉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상봉 대상자들도 울음바다를 이뤘던 1차 때와 달리 들뜬 표정으로 이튿날 시작되는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1차 상봉은 80~90대 고령이 많았던 데다 등록 도중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는 이산가족들이 있어 작업이 더뎠다”며 “반면 2차 상봉 가족들은 한결 밝은 얼굴로 동행한 자식들에게 북쪽의 형제 자매와의 추억을 들려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2차 상봉대상 남측 가족은 당초 361명에서 4명이 아파서 상봉을 포기해 357명이 등록했으며, 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는 등록 부스를 1차 상봉 당시 10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지원 인력도 30% 늘린 150여 명을 투입했다. 여기에 한적 속초ㆍ양양ㆍ고성지부 260여 명의 자원봉사자도 힘을 보탰다.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북에 끌려간 둘째 형 정규선(84) 씨를 만나는 규식(75) 씨는 “64년 전 전쟁통에 헤어져 형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며 “만나면 반갑게 껴안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 가족은 7~8년 전에도 규선 씨로부터 화상상봉 연락을 받았으나 직접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거절한 적이 있고, 이번 상봉엔 금순(78) 씨와 금자(64) 씨 등 규선 씨의 여동생 2명도 동행한다.
유일한 부녀 상봉자로 북측 아버지를 만나게 될 남궁봉자(60) 씨는 “아버지가 전쟁통에 실종되셔서 돌아가신 줄 알았다”며 “아직 살아계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고 “어머니가 5년 전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남궁 씨는 “저번(작년 상봉)에 신청했는데 안 돼서 그냥 돌아가셨다 보다 했다”며 “어떻게 하고 있었냐고, 어떻게 거기까지 갔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상봉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최정수 씨는 “전쟁통에 언니가 학교에 갔다가 안 왔다. 그렇게 헤어졌다. 언니가 잘 해 주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캐나다에서 올 때 힘들었지만, 언니를 봐야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오전 10시경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했던 최고령자 이오순(93) 씨는 동생이 죽은 줄 알아서 오래전부터 제사를 지냈다며 “소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식구는 잘 꾸리고 지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 언니를 만나는 윤태숙 씨는 돌아가신 어머님이 입던 옷을 유품으로 챙겨왔고, 사진첩을 가져온 상봉자들도 많았다. 초코파이를 사서 챙기고 달러로 환전하는 상봉자들도 눈에 띄었다.
임채환(82) 씨를 만나러 가는 사촌동생(79) 임채승 씨는 “죽은 줄 알고 호적에서도 뺐는데, 사촌형에게 보여주려 족보도 다 복사해 왔다”고 말했다.
1차 상봉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고 선물을 준비하는 데 참고했다는 이호례(75) 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텔레비전에서 쭉 다 보여줘야지 뉴스에서 잠깐씩 보여주니까 섭섭했다”며 “인삼, 우황청심환, 내의, 양말 등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한적은 2차 상봉자들에게 접이식 우산 2개와 하모니카 2개를 선물했으며, 김종섭 한적 부총재(삼익악기 회장)는 북측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신의 회사 악기를 선물하게 됐다며, “옛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우선 희망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으며, 이날 오후 8시부터 숙소를 방문해 상봉단 전원을 대상으로 순회검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차 상봉자들은 23일 오전 남북출입경사무소를 거쳐 금강산에 도착, 오후 3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첫 전체 상봉을 갖고 오후 7시 남측 주최 환영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틀째인 24일에는 오전 9시부터 개별 상봉을 갖고 공동 중식을 한 뒤 오후 4시부터 실내 상봉을 한 뒤 금강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25일 오전 9시 작별 상봉 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