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상봉 첫째날> 이산가족 두 번째 만남, 북측 환영만찬 참석

2014-02-20     조정훈 기자/금강산 공동취재단

▲ 북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가 주최하는 만찬이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렸다. 이영실 할머니가 북측의 여동생과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남북 이산가족들은 20일 단체 상봉에 이어 오후 7시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가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환영 만찬에서 남북의 가족들은 두 번째 만남에서 눈물보다는 서로 음식을 권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북측의 며느리 한옥순 씨(71세)는 남측에서 온 시어머니 전초월 할머니(91세)에게 물을 드리며 "이거 물이에요. 좀 드세요"라며 봉양을 했고, 만찬 음식 중 문어를 골라 60여 년 만에 만난 시어머니 접시에 올렸다.

양상국 할아버지(76세)는 북측의 사촌들을 만난 기쁨에 "내가 이 나이에 네 이름을 불러서 참으로 기쁘다"며 음식을 권했다.

주명순 할아버지(93세)와 함께 온 아들 주수영 씨는 북측의 고모들에게 "내 얼굴 잘 기억해둬요. 나 남한에 내려가면 내 얼굴 꿈에서라도 꼭 봐야 해요"라며 술을 권했다.

처음 만난 남측 조카의 권주가 어색했던 고모는 "예"라고 말하자, 다른 가족이 "예 하지 말고 야야 해야지~"라고 핀잔을 주자, "야이, 야라고 못 한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 남북 이산가족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이날 만찬장 테이블에는 두 가족씩 함께 앉았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두 번째 만남에도 불구하고 노인병을 앓고 있는 이영실 할머니(88세)는 여전히 북측의 딸 동명숙 씨를 알아보지 못했다.

남쪽에서 함께 올라온 딸 성숙 씨가 언니를 가리키며 "엄마, 명숙아 해봐요. 엄마 딸이에요, 딸"이라고 말했지만, 이 할머니는 "그래요?"라고 말했다.

북측 딸 명숙 씨가 "엄마랑 나랑 서로 보고 싶어서 찾았잖아요"라고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이 할머니는 딸을 잘 알아보지 못해도 눈시울을 붉히며 딸 명숙 씨의 손을 잡으며 식사를 했다.

▲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환영 만찬에는 북측에서 리충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보건성 부상, 지영철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박용일 실행위원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 안운현 한적 실행위원, 이덕행 실행위원이 함께했다.

리충복 부위원장은 환영사에서 "혈육의 정 넘쳐흐르는 오늘의 이 뜻깊은 상봉은 북남 관계 개선과 통일을 절절히 바라는 겨레의 지행과 염원에 부응하여 북과 남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수수천년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겨레가 본의 아니게 갈라져 살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비극"이라며 "나라의 통일과 평화 번영의 새시대를 앞당겨 오기 위한 애국성업에 언제나 앞장서리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유중근 총재는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인도적 사업이고 인간적이고 민족적 과제"라며 "근본적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는 빵, 떡, 모듬채소, 김치, 닭고기냉묵, 고기감자무침, 오징어, 송어구이, 오곡밥, 토란국 등이 나왔으며, 가족들은 사진도 함께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가졌다.

▲ 남북 이산가족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남측 최고령자인 김성윤 할머니가 북측 여동생들에게 남쪽 가족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