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성택 실각설' 톤 낮추기 나서

국정원 발표에 통일부.국방부 신중모드

2013-12-05     조정훈 기자

국가정보원(원장 남재준, 이하 국정원)이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설을 전격 발표한 이후 통일부와 국방부가 톤 낮추기에 들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국정원은 '믿을만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사항'이라며 장성택 부위원장의 측근인 리용하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처형됐고, 이에 따라 장 부위원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난 3일 오후 밝혔다.

이에 일제히 언론은 '장성택 실각설'을 기정사실화 하며 연일 북한 내 권력갈등, 체제 불안정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유재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 나와 "최근 장성택 핵심 측근 세력의 처형과 숙청은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을 위한 권력조정과정에서 일어난 중대한 사건"이라면서도 "장성택 실각설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는다"며 "기관 간의 갈등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한다"고 국정원의 발표 톤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북한이 장성택 실각을 중국에 사전 통보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장성택이 실각을 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우리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단순한 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더 위중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류 장관은 장성택 부위원장과 김경희 당 비서의 신변에 대해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다. 정상적으로 있다는 뜻"이라며 '장성택 실각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도 5일 기자들과 만나 "(실각설) 보도 되기 전에 여러 소식통들을 통한 움직임에 대해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꼭 장성택과 직접 관련되기 보다도 주변 관련 동향에 대해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신변에 대해서도 "밑에 처형된 측근들처럼 조치가 일어난 것이 없다"며 "쫓겨났다는 징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현지 인원들에게) 현재 상황을 화제로 올리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그 부분에 대해 서로 묻거나 답변하지는 않고 있다"며 정부가 국정원의 실각설 발표 이후 신중모드로 돌입한 상태임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4일 오후 <국민TV> 라디오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에 출연해 "당초 국정원이 입수한 내용보다 (외부에 흘린 내용이) 과장되거나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국정원이 당초 입수한 첩보는 '11월 18일께 장성택 부장이 가택 연금되고, 두 측근인 리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길수 부부장이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혀 리용하.장길수 부부장의 처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국정원 내부에서도 '장성택 실각설' 발표에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항도 아니고, 일부 첩보를 수집한 가운데 '설'로 발전된 것이므로, 만약 실각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해 신중모드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택 실각설'은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국회의 국정원개혁특위구성 등과 맞물린 시점에서 나온 발표여서 사실이 아닐 경우, 국정원의 정치개입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장성택 부위원장의 재등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인 12월 17일 추도행사에 장성택 부위원장이 참석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열린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 학술회의에서 "현재 김정은은 장성택에게 자숙을 지시한 상태이고, 따라서 장성택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부위원장의 주변 인물들이 처형된 것은 맞지만, 장성택 개인과 직접 연관이 없기에 자숙기간을 가진 뒤 다시 등장할 것이므로 '실각'과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