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에 묶인 남북관계 정상화
南 수석대표 교체, 北 내용공개 등 장기화 예고
3차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이 오는 15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3차 실무회담에서는 앞서 열린 지난 10일 2차 실무회담에서 확인된 양측의 입장을 토대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해 재논의한다. 앞서 1차 실무회담에서는 개성공단 내 물자 반출에만 합의했을 뿐이다.
2차 실무회담에서 남측은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조건으로, △가동중단 입장표명, △재발방지 보장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북측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개성공단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개성공단 정상가동에 저촉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원인인 '최고 존엄 비난'을 제기했다.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상호 재발방지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양측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북측이 지난 4월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조치를 내리면서, 개성공단은 1백일 넘게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정상적 생산활동을 저해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북측이 그러한 조치를 내리게 된 배경은 북측이 주장하는 데로 남측이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기 때문이라는 원인이 있다. 또한 한.미 키리졸브.독수리 연합연습도 북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의 14일 "남측이 '키리졸브'와 같은 전쟁연습을 벌려놓고 특히는 '돈줄'이니 '딸라박스'니 뭐니 하면서 우리를 심히 모독하고 자극하면서 공업지구에 미군특수부대를 투입하겠다는 등의 극히 도발적인 폭언들을 불어대지 않았다면 애초에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보도도 북측의 입장을 반영한다.
南 수석대표 교체, 北 내용공개 압박.. 개성공단 회담 장기화 높아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원인과 결과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통일부는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서호 단장에서 김기웅 단장으로 교체, 남측 수석대표도 바꿔 회담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호 단장은 1,2차 실무회담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다.
서호 단장 교체에 대해 지난 실무회담이 정부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지만, 진행 중인 회담의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일은 이례적이기도 하거니와, 회담 장기화를 예고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3차 개성실무회담에서는 기본적으로 발전적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심도있게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를 보면 한번만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본격적 논의 타이밍에 맞춰서 바뀔 사람을 미리 투입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라고 말했다.
즉, 새로운 선수교체로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다.
북측도 개성공단 실무회담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고 회담 장기화를 예고했다.
북측은 지난 10일 2차 실무회담 직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남측은 공업지구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현실적이 제안도 없이 나와 공업지구 중단사태에 대한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려는 부당한 주장만 고집하며 회담진전에 의도적으로 난관을 조성하였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합의서 초안'까지 제시했지만 "남측은 구태의연한 주장만 되풀이하며 문제토의를 고의적으로 회피해 나섰으며, 무성의한 입장과 태도로 하여 결국 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14일 <우리 민족끼리>도 논평을 통해 "남측의 행동을 보면 조금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개성공업지구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별로 힘들 것도 없다. 남측만 태도를 바로가지면 즉시에 해결될 문제"라고 압박했다.
북측이 개성공단 문제를 빨리 풀겠다는 의지표현일 수 있으나, 진행 중인 회담에서 상대방의 태도를 운운하는 것은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 집중이 아닌 책임공방에만 치우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회담이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남북이 모두 자인하는 셈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에 묶인 남북관계 정상화
이렇듯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장기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 정상화도 동시에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사이에는 개성공단 외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상봉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5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의 8.15민족공동행사도 있다.
이러한 남북간 현안 해결은 개성공단 정상화라는 당국간 합의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실제 북측은 지난 10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추석계기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등을 제안했지만, 남측이 개성공단 문제 집중을 이유로 선별수용하면서 예고됐다.
남측의 선별수용에 대해, 북측은 하루만에 자신들의 제안을 거둬들이며,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난했다.
13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통지문 내용을 폭로, "개성공업지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북남관계에서 어떠한 전진도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조평통은 "개성공업지구문제는 말 그대로 현 북남관계의 시금석이다. 개성공업지구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전반적 북남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공업지구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할데 대한 우리의 입장은 시종일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도, 이산가족상봉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상대방의 선의를 우롱하면서 오만무례한 언동을 계속한다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으며 이명박 정권 때보다 더한 쓴 맛을 보게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해, 개성공단 문제가 전반적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 양측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조건에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회담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정상화도 상당시간 늦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