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연일 인혁당 사건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하자 11일 민주당이 강력 성토에 나서 정치 쟁점화 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전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서 혹시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11일 오전에도 국회 본회의장 입장에 앞서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법원 판결’ 외에 ‘조직원 증언’이 첨가된 셈이다. 박범진 전 의원 등은 1차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고 실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은 모두 2차 인혁당 사건으로 사법살인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후보는 1975년 대법원의 사형 선고와 2007년 서울 중앙지법의 재심 판결을 두고 두 가지 판결이니 상반된 판결이니 하는데 이는 재심 판결을 부정하고 사법부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판결을 재단하는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법을 무시하고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을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욱이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당시의 대법원 판결을 긍정하고 아버지 박정희에 의한 사법살인을 옹호하는 발언”이라며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가 사형 집행날인 1975년 4월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할 정도로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기록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뻔뻔한 태도에 경악한다”고 맹공했다.

정 대변인은 “유신에 이어 인혁당 사법살인까지 아버지 박정희의 모든 죄악과 부정을 고스란히 정당화하려는 후안무치한 태도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칭호가 부담스러워 아버지의 역사를 세탁하려는 뻔뻔한 태도는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이례적으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초사법적인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단죄했다.

성명은 “집권당의 대선후보가 헌정질서 파괴적인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가 민주국가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사법부 독립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 경선후보의 대변인 윤관석 의원도 “인혁당 사건은 박근혜후보가 ‘퍼스트레이디’역할을 했던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명백한 ‘사법 살인’인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반헌법적, 반역사적, 반국가적’ 발언을 서슴치 않음으로써 국민은 분노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며 “박근혜 후보는 지금이라도 ‘인혁당 사건’으로 인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영령들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건이 확대되자 새누리당 조윤선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서 1975년에 유죄판결이 있었고, 2007년 재심을 통해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며 “새누리당은 이 사건과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존재하지만, 재심판결이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존중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 부대변인은 “오늘 농촌지도자대회장에서 있었던 언론인들의 질문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답변한 바와 같이 박근혜 후보 역시 이 같은 사법부의 재심 판단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5주년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법적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는 ‘관련자 증언’ 발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하니까 그런 것을 다 종합할 적에 그것은 역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해 역시 ‘역사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차 인혁당 사건 변호를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차 인혁당 사건담당 수사검사들조차 확실하게 무죄인데 빨갱이로 몰릴까봐 기록을 땅에 파묻어둘 정도로 사건이 조작됐다”며 “사건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박범진 전 의원은 그런 내용을 알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한다”고 증언했다.

한편 인혁당 유가족들의 국가배상금으로 설립된 4.9통일평화재단은 12일 오후 2시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4월 9일은 도예종, 이수병 등 8명의 인혁당재건위(2차 인혁당) 관계자들이 사형선고 24시간도 되기 전에 사형이 집행 날이고,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가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2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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