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연재를 시작하며

2012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력 대선주자들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한 대북구상을 밝히며 대선채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남북관계는 중요한 화두로 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정부의 남북관계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명박 정권 5년간 자행된 남북관계 파탄을 철저히 계산하고 새로운 단계의 남북관계로 진입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협력도 단순 대북지원이 아니라, 남북협력으로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남북경제공동체의 방향으로 접근되어야 합니다. 남북은 단순 임가공을 뛰어넘어 경제공동체, 통일경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정치담론도 무르익고 있습니다.

남북경제공동체의 가능성과 그 효과를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통일경제는 출로가 막힌 한국경제의 탈출구입니다. / 필자 주

목차

1.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세계자원전쟁, 남북협력으로 극복하자
3. 에너지 위기 돌파할 서해유전협력 
4. FTA로 망친 농업, 남북교류로 살리자

5. 중소건설사를 구제할 북한 Soc 개발
6. 통일의 열차 경의선
7. 대륙경제시대를 여는 남북물류 혁명

8. 창원공단을 능가하는 개성공단
9. 정체된 조선업, 남북협력으로 돌파
10. 재벌에 맞설 중소기업의 필살기

11. 우주강국 통일코리아
12. 눈앞에 펼쳐질 통일 관광대국
13. 새롭게 주목할 북한경제특구

14. 경제회생의 보검 6.15/10.4 선언

에너지 위기 돌파할 서해유전협력

대선을 앞두고 4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항간에 “경제대통령”이라고 알려져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그러나 다음의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5.7%

놀랍게도 198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다. 1979년 도매 물가상승률은 무려 20%, 1980년은 44%로 훌쩍 뛰어넘었다. 1979년까지 100만원에 들여오던 나일론이 1980년이 되자 144만원으로 폭등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박정희 정권 20년간, 미국만 쳐다보며 “차관”에만 매달린 나머지 제2차 석유파동이 오자 전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를 받은 것이다.

한국. 기록적인 에너지 소비대국

박정희 시절, 경제를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온 “차관”으로 지탱하다보니 원료와 에너지도 해외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고착된 기록적인 에너지 수입은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정치센터는 “정의로운 에너지 프로젝트” 최종보고서(2010)에서, 산업자원부의 2007년 자료를 근거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표1> 에너지 해외의존도 및 석유수입 중동 의존도

구분

1980

1990

2000

2003

2004

2005

2006

에너지 해외의존도

73.5

87.9

97.2

96.9

96.7

96.8

96.8

석유수입 중동의존도

98.8

73.7

76.9

79.5

78.1

81.8

82.2

총수입중 에너지비중

29.6

15.6

23.6

21.4

22.1

25.5

27.7

* 출처: 산업자원부(2007)

총 수입 가운데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에 15.6%로 다소 개선되는가 했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금 25%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세계 9위로, 2007년 반도체(391억달러)와 자동차(373억달러)의 수출액(764억달러)보다 에너지수입액(950억달러)이 더 많으며, 전체 수입액 3,568억달러의 26.6%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다. 특히 원유 수입은 세계 5위, 천연가스 수입은 세계 2위라고 언급하였다. 한국경제의 에너지 수입비중이 높은 것은 경제의 주력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과소비업종이며 에너지효율도 대체로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 해외개발을 대안으로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아랍에미레트 유전개발계약을 선전하면서 2008년 4% 수준이던 우리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이 15%로 높아지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의로운 에너지 프로젝트”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에너지 자주개발률은 확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광의의 개념”과 국내에 도입한 물량을 기준으로 한 “협의의 개념”으로 나뉘는데, 정부는 광의의 개념을 사용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해외에서 원유를 뽑아 한국에 가져오지 않고 다른 나라로 수출해도 “자주개발”에 포함되므로 거품이 낄 수 있다는 말이다. 통계수치도 국민중심이 아니라 철저히 기업이익 중심인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최근 비효율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첫 ‘자원외교의 결실’이라고 선전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은 경제성이 없어 투자비용 4400억 원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2012년 2월, 헤럴드경제는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 최대치적으로 홍보한 아랍에미리트(UAE) 10억 배럴 개발 양해각서(MOU)도 단지 ‘자격이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는 정도의 수준인지라 MOU 체결 이후 1년여가 다 돼가지만 UAE와의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보도하였다.

에너지 전쟁이 가시화되는 마당에, 해외개발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가능성있는 해외유전은 이미 서구자본이 선점하고 있다. 이재승은 “한국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의 고찰(2009)”에서 해외 에너지개발이 에너지 안보를 전적으로 담보해 줄 수 있는 대안인가 자문하면서 해외의 에너지개발이 의도하는 만큼 효과를 내는 데 많은 위험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대안은 1경 5000조원의 서해유전

그런 측면에서 북한 서해유전은 우리 정부가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에너지 자립의 활로를 열어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은 전국적으로 유전 매장지대가 많다. 이 가운데 북한 서한만 분지 일대는 북한 내 석유매장 가능 지역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북한 서해는 중국의 보하이 유전이 존재하는 보하이만(발해만)에 인접해 있다. 보하이만의 대륙붕 지층이 북한서해까지 연결되어 있어 서해유전의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북한의 석유 매장 가능 지역

서해유전의 매장 추정량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97년, 북한 당국은 서해유전지대에 50억-400억 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발표했다. 2005년 10월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660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있는 거대한 원유저장지를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였다.

2011년 5월 30일, 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고문인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주최)에서“서한만과 연결된 중국 보하이만 대륙붕 유전지대에는 200억여톤에 해당하는 원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채취 가능량을 매장량의 3분의 1 수준인 70억∼80억톤으로 잡는다면, 대략 중국이 30년가량 소비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김영일 회장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잠재매장량은 1470억 배럴로 전세계 매장량의 10%, 현재 유가로 개산할 때 잠재가치는 1경 5800조원이다. 이 가운데 경제성있는 채굴량을 1/3으로 잡아도 5000조원 이상의 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다. 한국이 약 60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원유가 북한바다에 매장되어 있다.

서해유전의 최고강점은 채굴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 대다수 유전은 이미 석유독점자본에 의해 낱낱이 파헤쳐졌으며 남아있는 유전은 극지방, 심해 등 채굴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는 지형밖에 남아있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현재 해외유전개발 사업의 성공률은 5% 내외로 상당히 떨어져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 서해바다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지난 60년간 사실상 “봉쇄”되어 석유독점자본이 구경해보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다. 그러하기에 북한 유전소식은 군사적 대치상태에도 불구하고 연일 흘러나오고 있다. 서해유전의 성공가능성을 최근 유전개발로 추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해유전협력, 무조건 남는 장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북한 서해유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대북적대발언으로 유명한 송영선 의원이 서해유전 토론회를 주최하는 것은 그 실례이다.

보수세력은 북한 서해유전을 빼앗아 점령하고 싶겠지만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의 유전을 빼앗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해유전은 북한 영해의 유전이므로 북한당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한국이 서해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북간 군사적 대치를 종식시키고 평화협력으로 나가는 것이 유일 대안이다.

서해유전을 눈앞에 두고도 연간 1000억 달러, 1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석유를 수입하는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반북대결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의 서해유전을 한국정부 마음대로 퍼갈 수는 없겠지만 서해유전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이 에너지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간 북한에 협력한 규모라고 해봐야 고작 2조원, 연간 2000억원이 조금 넘는 규모지만, 한국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서해유전 개발사업은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을 허공에 날리지 않는다. 지금껏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은 정부의 지원 아래, 기업이 이윤을 획득하는 “성공불융자” 제도에 기초해왔다. 성공불융자 제도란, 유전개발 투자금의 60%를 15년간 정부가 지원해서, 개발에 성공하면 대출금을 돌려받지만 개발에 실패할 경우에는 원금을 대폭 깎아서 갚게 해주는 제도이다. 지식경제부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총 48건, 2억 8천만 달러어치의 석유시추 사업 모두가 성공불융자 조건으로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반대편의 해외유전개발과 달리, 남북협력사업의 소중한 경험은 남과 북이 신뢰를 회복하는 소중한 경험이다. 유전개발 투자금은 안보위기 해소로 회수 가능하다. 서해유전 공동개발 사업은 2007년 10.4 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확고히 뒷받침하므로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무조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국방비용과 에너지 수입,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비결이 서해유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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