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달아 일본 측에 강펀치를 날렸습니다. 복싱으로 치면 좌우 콤비블로우를 적중시킨 것이고 야구로 치면 연타석 홈런을 쳤다고나 할까요.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전격 방문한 데 이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에는 일왕(日王)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14일 충북 청원에 있는 한국 교원대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책임교사 워크숍’에 참석해 독도 방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일왕이) 한국에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독도 방문이나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은 모두가 통쾌한 일입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80%가 넘게 지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이니까요. 이 정도면 레임덕에 시달려야 할 대통령으로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깜짝 쇼’와 ‘깜짝 발언’의 뒤에는 이기주의와 포퓰리즘(populism)의 극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명박 정부는 한일군사협정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한 발 물러서고는 재차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이 대통령이 갑자기 돌변해 독도를 방문한 것입니다. 한일군사협정 추진과 독도 방문은 양립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기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독도 방문’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소진함으로써 이후 최고지도자가 일본 측에 사용할 지렛대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이는 이기주의의 극단으로서 다음 정권의 대일 전략을 협소화시켜버린 것입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던 참입니다. 지난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 전문에 따르면, 2008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당시 국회 부의장이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 돌출한 일왕 사과 요구라는 깜짝 발언은 그 진정성을 의심케 만드는 포퓰리즘의 극치일 따름입니다. ‘뼛속까지 친일’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역시 양립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마도 이 대통령은 극단적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을 숨긴 ‘깜짝 쇼’와 ‘깜짝 발언’으로 임기 말 레임덕을 돌파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해서 ‘뼛속까지 친일’에서 ‘애국자’로 둔갑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