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에 관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통합진보당이 지난달 25일 중앙위원회와 26일 제명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빠진 채 일각에서 탈당과 분당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른바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은 지난달 31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지금은 아래에서부터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고 의외의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지난달 30일 참여계 200여명이 대전에서 모여 채택한 ‘결의’에 대해 “이것은 탈당을 그냥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색을 좀 더 해보겠다는 신호”라며 “양측이 서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고, 저는 이건 괜찮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규 의원 등 구당권파 6명의 의원은 지난달 31일 공동명의의 호소문을 통해 “중앙위원회를 존중하고 강기갑 대표와 최고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의 단합과 단결을 위해 협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중앙위원회가 회순도 정하지 못하고 파행된데 대해 “파행의 원인은 역시 힘겨루기”라며 “서로 힘을 빼고 상호인정을 하게 되면 정상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또한 강기갑 대표 체제 구성을 위한 당직인선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해서 다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편파적인 인사를 하거나 편파적으로 휘둘리면 안 되고 다시 중심을 잡고 당내의 모든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는 화합형 지도부로서 대선정국을 맞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1일 민병렬 최고위원이 제안한 ‘원탁회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어떠한 제안도 저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비례경선 과정에서의 부정 문제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진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서의 ‘이석기 의원의 자진사퇴로 타협점을 마련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건 중재안이 아니다. 한 쪽 안인 것이다”며 “뻔히 지금까지 봤는데 불가능한, 채택되지 않을 안을 내세운 다는 것은 현명한 안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단순화시켜서 보면 동료는 자르고 자기는 살겠다는 것”, 이른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기성정치의 구태의연한 모습인데 이것을 똑같이 따라하자는, 이건 완전히 진보포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역주민을 만나면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며 “언론을 통해 보면 ‘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종북, 빨갱이’ 이렇게 되는데 자기들이 직접 만나본 것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서민들을 위해서 직접 이야기 다 듣고 그것 정책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 당시에도 구당권파 측의 입장을 혁신비대위 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 등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이 의원은 현안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유연한 입장에서 풀어나려는 자세가 돋보였지만 ‘인식의 장벽’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다음은 31일 낮 12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아울러 8월 1일 상황 진전에 따른 추가질문은 1일 오후 진행했음을 밝혀둔다.

“지금은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 국면”

▲ 지난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구당권파 의원 6명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는 이상규 의원. [사진-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25일 중앙위원회와 26일 의원총회 이후 통합진보당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와 다름없는데,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이상규 의원 : 지금 양측 간의 물밑접촉도 이루어지고 있고 각 단위별로 모색이나 토론도 왕성하게 되고 있다. 대전모임도 그렇고, 오늘 아침 전 공동대표들 모임도 그렇다. 이건 수면 위에 드러난 것에 불과하지만 상당 정도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는 지금은 아래에서부터 새순이 돋아나고 있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 논의가 활발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참여계의 대전모임 결과나 전 공동대표들의 회동 결과를 봐도 집단탈당이나 분당 조짐이 더 강해 보여서 새순이 안 보이는 것 같다.

■ 참여계 쪽하고 제가 이야기할 때는 3일 연속 모임이 준비되어 있고, 특히 일요일에 당원급까지 만나게 되면 거기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집단탈당이 될 수밖에 없다. 8천명 중에 80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원래 그런 전망이었다.

그런데 탈당을 보류시켜 놓았다. 이것은 탈당을 그냥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색을 좀 더 해보겠다는 신호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이정희 대표는 워낙 이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고 급박하게 생각해 글을 썼고, 오늘 6명 의원들이 또 입장을 발표했다. 양측이 서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고, 저는 이건 괜찮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 참여계의 대전 모임이나 전 공동대표들의 회동에서도 집단탈당이나 분당논의가 있었던 것 같은데.

■ 탈당을 해서 제3의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어하는 기류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분들 사이에서도 접점이 잘 찾아지지 않고, 당권파를 반대하는 데서는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데서는 공통점이 거의 찾아지지 않는 것 같다.

자꾸 분열의 길로 갈 것이 아니라, 진보를 더 키워나가는 길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하고 대승적으로 갔으면 좋겠다.

□ 가장 핵심 사안은 1,2차 진상조사보고서와 두 의원 제명 문제였는데,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참여계의 대전 모임 등에서는 두 의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의원 처리 문제는 어떻게 보나?

■ 1,2차 진상보고서는 폐기돼야 할 문서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특히 1차 ‘조준호 보고서’는 수많은 부실과 부정의 사례로 제시된 건 중에서 단 한 건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 진상을 당사자에게 한 건도 확인하지 않은, 이건 진상보고서라고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사실은 부풀리기, 누더기였다.

정치적 의도도 분명했다. 객관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진상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원래 제기됐던 오옥만.유금순 후보의 순위, 그리고 노학래.이영희 후보의 순위 문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엉뚱한 것만 내세워서 당권파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조작해낸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의도도 아주 불순하고 객관성도 담보하지 못한 폐기돼야 할 문서이다.

□ 실제로 비례경선 과정에서 부정이 없었다는 것인가? 특히 구당권파 측에는 부정이 없었다는 것인가?

■ 부정이 있었다. 부정의 핵심에 오옥만, 윤금순 후보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 제기 중에 김재연 의원이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 있었나? 실제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수많은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 조준호 전 대표 측에서 터트린 수많은 것 중에서 김재연 의원이 이러이러하게 부정했다라고 하는 것은 한 건도 없다.

그리고 김재연 의원이 유시민 대표한테 직접 물어봤다. “제가 부정이 없다고 하는 걸 조사결과 아시면서 왜 발표하지 않고 끝까지 조준호 보고서에 그냥 엎어버렸냐?” 유시민 대표도 “미안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돼 버렸다.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도 의혹이 여러 개가 제기는 됐지만 그 의혹이 전부 다 사실무근이라고 하는 것이 다 밝혀지지 않았나? 그리고 이번에 2차 진상조사 과정에서 ‘김인성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가 이석기 의원이 아니라 오옥만 측의 결정적 범죄행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가리기 위해서, 이석기 의원의 결백함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는 의도 때문에 김인성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렇게 이루어진 조사마저도 은폐시켰다.

□ 노항래 진보정책연구원 원장이 구당권파 측의 두 가지 부정 사례를 적시했는데, ‘몇몇 지역에서 아이패드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해서 대리투표 부정을 했다’, ‘당권을 이용해서 서버에 접근해서 정보를 획득해 사적 내지는 정파적으로 이용했다’라는 것이다.

■ 노항래 원장과 직접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 그게 지금까지 늘 제기되어 왔던 의혹들이다.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서버에 접근했다고 하는데 지난 비례경선 시기에 당원 명부나 여기에 책임자가 제가 알기에는 참여계 출신 당직자인 걸로 알고 있다. 권한은 그쪽에 있었다.

그리고 김인성 보고서에서도 일부만 나와 있는데, 권한이 없는데 미투표자를 확인한 것은 전부 다 참여계에서 한 것 아니냐. 오히려 드러난 사실이 명백하게 있는데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3개월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부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신당권파, 워낙 일방통행을 해왔다”

▲ 이상규 의원은 당의 전망에 대해 비관하지 않았다. [사진-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7.25 중앙위원회 파행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고, 이후 다시 소집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 파행의 원인은 역시 힘겨루기다. 서로 힘을 빼고 상호인정을 하게 되면 정상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 안건 심의 순서, 이른바 ‘회순’을 놓고 계속 대립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떤 식으로 정상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 지금은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조건과 상황 자체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지난번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회순통과에 대한 기술적인 순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 일반적으로 중앙위원과 대의원 분포는 구당권파 측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표가 추천하는 지명직 중앙위원과 대의원이 임명되면 세력 분포가 어떻게 되나?

■ 당 공식기구는 중앙위와 대의원 두 개가 있다. 중앙위는 양쪽 숫자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명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선출직 중앙위원들의 의견 분포가 뒤집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민감한 대목이 되는 것이다.

대의원은 구당권파 숫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게 묘하게 당내에 여소야대가 돼 버린 거다. 대표는 혁신비대위 쪽이 됐는데, 중앙위원과 대의원은 구당권파가 더 다수를 차지하는, 그러니까 당원들이 절묘하게 현명한 표결과 선택을 해준 거다. 양쪽에 대한 상호 균형과 견제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 오늘 중앙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고 했는데, 언제 개최하나?

■ 날짜를 특정해서 하는 것은 아니고, 소집을 요구하면 당대표가 15일 이내에 소집하도록 돼 있다.

□ 강기갑 대표 중심의 당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중앙위원회에서 당직인선 등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협조할 예정인가?

■ 합의해서 다 진행하자는 것이다. 일방통행 하지 마시고 합의해서 다 같이 가자는 것이다.

□ 지금까지는 왜 합의가 안 됐나?

■ 워낙 일방통행을 해왔다. 원래 강기갑 비대위원장의 의도는 혁신비대위에 이상규도 같이하고 집행위원장은 방석수가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비당권파, 지금은 신당권파가 강력하게 “방석수는 안 된다. 이상규도 안 된다” 해서 같이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편파적인 인사를 하거나 편파적으로 휘둘리면 안 되고 다시 중심을 잡고 당내의 모든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는 화합형 지도부로서 대선정국을 맞이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 원래 처음부터 협조할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7.26 의총에서의 김제남 의원의 무효표를 예상했나? 어떻게 받아들이나?

■ 전혀 예상 못했다. 김제남 의원의 개인이 아니라 의총에서 제명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의원들의 고뇌에 찬 결단이다. 있는 그대로 봐야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특히 김제남 의원 경우는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단합해서 계속 혁신하자’ 이러한 의도에서 무효표를 던졌다고 본인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것은 어느 한쪽이 이기고 어느 한쪽이 지는 문제가 아니라 13명 의원이 다 같이 서로 손잡고 같은 길로 가자는 그런 뜻으로 보고 있다.

□ 두 의원의 자격과 권리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나?

■ 그것은 해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제명이 부결된 것이다. 그래서 당원의 자격, 당원의 권한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 ‘침묵의 형벌’을 자청했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페이스 북을 통해 “대립의 시간이 이제는 끝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 있는 그대로 보면 되지 않겠나. 통합진보당의 통합을 만들어 왔던 사람으로서 통합이 좌초 위기에 처하고 집단탈당 국면이 되니까 이것을 막기 위한 충정의 마음에서 글을 쓴 것으로 본다.

□ 일각에서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대권행보 전초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대권 행보 아니다.(웃음) 전혀 대권행보는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 전혀 대권행보는 아니다”

▲ 31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상규 의원. 이 의원은 구당권파 측의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지지자들이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을 보면 일부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 이정희 대표가 입장을 밝힌 게 대권행보를 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그것과 전혀 무관하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도 그런 의도에서, 또는 그런 논의를 하면서 그런 입장이 나가게 된 것이 전혀 아니다.

당원들 중에는 이정희 대표가 꼭 출마를 했으면 좋겠다는 당원도 있고, 이정희 대표를 지지하지만 아직은 출마는 아니지 않느냐는 그런 당원들도 여전히 있다. 우리가 이것을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하거나 검토해 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대권행보로 바라보는 것은 너무 앞서 간 것이다.

□ 통합진보당이 대선후보를 내는 것이 맞지 않다는 당내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 의견이 다 있다. 절대로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이정희 대표뿐만 아니라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슨 소리냐.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때 아니냐. 그전 같으면 야권연대를 반드시 해야 하고 후보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번에는 야권연대를 민주당에서도 별로 할 마음이 없고 그러면 오히려 진보당이 자기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독자후보를 내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 것 않느냐” 이런 아주 상반된 의견이 다 같이 존재하고 있다.

너무 극과 극을 달리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통합진보당이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뭐냐? 후보를 내는 게 필요하면 후보를 내는 것이고, 후보를 내지 않고 백의종군이 정권교체에 더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대선후보 출마 여부는 기준점만 명확히 하고 우리가 백의종군 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 검토하면 되지 않겠나.

□ 새누리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민주당에 촉구하고 압박하는 양상이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원래 이게 개원협상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걸 촉구한다는 것은 민주당은 별로 여기에 대해서 의향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새누리당 혼자서 지금 외롭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사실 다른 정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대망론이 지금 급격하게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나,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가 형님 구속에 이어 청와대 문고리 앞에까지 와 있는 지점이나, 최근에 한일군사정보협정과 같이 국정의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난맥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런 지점부터 돌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발의 자체가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다. 지금 박지원 원내대표를 놓고 서로 극한 대립으로 갈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이걸 요구한 건 진짜 이걸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국면전환용에 불과한 거다.

□ 통합진보당의 주요 정치인으로서 통합진보당 내분사태 수습방향과 방안이 있다면?

■ 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일방적으로 내놓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강기갑 대표 측과 논의해서 실제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건지, 그리고 공동운영, 합의운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런 것을 충분히 조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발표해야지 그냥 한 쪽에서 덜컹 발표해버리면 이건 마치 다른 쪽을 압박하는 것처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별로 지혜롭지는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제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아까처럼 질문이 “부정이 있느냐? 없느냐?” 이렇게 들어오면 참 답하기가 애매하다. 왜냐하면 이분법으로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제남 의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지금 김제남 의원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가 제명을 같이 하리라고 예상했던 또 그렇게 공동행동을 해왔던 주변의원들에게 왜 미리 알리지 못했을까’인데, 저는 김제남 의원이 가지고 있는 그 엄청난 고뇌와 고심을, 그 한 명의 의원의 무게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걸 그냥 잘못했다고 얘기할 수가 없다.

그런 것처럼 이번에 통합진보당 사태가 왜 일어났느냐면 진보당 최초로 대거 당선이 눈앞에 보이면서 진보의 원칙, 또 진보의 가치를 한순간에 망각해 버리고 다들 욕심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어난 사단이다.

현장투표를 하면서 그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했지만 그전에는 부정이 없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부정이 생겼느냐. ‘만일 몇 표라도 더하면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 이 사람을 꼭 당선시켜야 된다. 상위 순번만 되면 당선이 가능하다’ 그런 욕심이 현장투표에서든 온라인투표에서든 앞선 거다. 저는 그 결과라고 본다.

그리고 그 욕심이 투표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투표 결과를 열고 순위를 확인할 때도 자기가 더 상위순번이 돼야 하는데 상위순번이 안 되니까 문제제기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진보정당의 20명 원내교섭단체 진출은 누가 해도 좋다. 내가 아니라도 내 동료가, 내 동지가 돼도 좋다’ 이런 마음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정체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은 안 되고 내가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욕심이 앞서면서 생긴 사단이다.

통합진보당이 제3 정당이 되고 당선되는 정당이 되면서 나타난 최초의 대중적 검증이자 자기실체가 드러난 것이었다. 이 지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면 진보당은 왜 우리가 국회에 진출하고 또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가? 개인의 욕심이나 권력욕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걸 수년간 가장 밑바닥에서 고생하면서 그런 가치를 가져왔는데, 그리고 ‘우리가 국회의원이 되거나 또는 정권을 잡더라도 가장 밑바닥의 서민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 새로운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한 건데, 이 순간 그런 가치와 원칙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무너져 버리고 서로간의 쟁투만 난무하게 됐다.

그런 어떤 근본적인 지점의 성찰 속에서 필요하면 당내 여러 운영이나 당규나 이런 제도적 정비도 돼야 한다.

서로 3개월 동안의 싸움에서 상처가 상당히 깊었고, 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구당권파가 사실 더 많은 반성과 더 많은 성찰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당을 운영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밑바닥에서 뛰는 서민의 벗”

▲ 관악산 서울대 저수조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상규 의원. [사진제공 - 이상규 의원실]
□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소회가 있다면?

■ 상황이 천변만화다. ‘야, 3개월이 이렇게 30년 같을 수가 있을까?’ 소설 드라마를 써도 몇 번을 쓸 만큼의 반전과 반전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치사 초유로 같은 정당 안에서부터 다른 정당이, 검찰.경찰 등 수많은 국가권력이 총동원된 집중적인 국회의원 끌어내리기가 이루어진 상황이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싶을 정도로 상황이 벌어졌다.

□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조건이 많았는데.

■ 그렇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도 오히려 의정활동은 필요하다. 제가 행안위 과정에서도 맹형규 장관에게는 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를 질의했고, 경찰청장에게는 미군 헌병이 민간인 수갑을 채운 불법성 문제, 그리고 최근에 통영이나 제주올레길 사건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민생치안의 여러 가지 부실한 점, 이런 것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지역활동은 아주 왕성하게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만나면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지역주민들은 아예 만나면 그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정당 상관하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 보면 ‘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종북, 빨갱이’ 이렇게 되는데 자기들이 직접 만나본 것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서민들을 위해서 직접 이야기 다 듣고 그것 정책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림천 범람을 막기 위한 빗물조류조 시설이 올 4월까지도 결정이 안 나서 그 침수지역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찬반 때문에 이 사업이 전혀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서울 시장, 서울대 총장, 관악 구청장, 찬반 주민들을 전부 다 만나면서 1개월만에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래서 임시 빗물조류조가 9만 6천톤급으로 7월 10일 완공됐다.

그리고 비가 많이 올 때는 항상 빗물펌프장, 도림천에 나가서 살펴보고 침수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구청 기동대 쪽하고 연락도 취한다.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주민들이나 공무원들은 오히려 ‘언론에서 나오는 진보당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오히려 사실과 맞지 않구나. 이 사람들이야 말로 실력도 있고 현장에서 밑바닥에서 뛰는 서민의 벗이구나’ 이런 인식이 워낙 많이 돼 있다.

역시 주민들, 그리고 유권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 기업형 용역들이 노동현장을 덮치고 있는데,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가서 싸워야 하는데 내부 문제로 여의치 않은 것 같다.

■ 거기 가 있다. 김미희 의원이 주로 맡아서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환노위 소속 의원이니까 가야 되는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이해해야 한다.

□ 1일 민병렬 최고위원이 ‘당내 원탁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충분히 제안할 수 있고,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어떠한 제안도 저희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것이 맞다.

□ 전 최고위원들이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는데?

■ 그것은 뭐 이미 당에서 정한 절차와 정당법에서 정한 절차에 의거해서 민주적으로 진행된 이 과정을 번복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맞지 않다. 그리고 이 사안이 처음부터 벌어졌던 것이 자진사퇴 요구였고, 결국 자진사퇴가 되지 않은 것인데 또다시 꺼내는 것은 맞지 않다.

□ 중재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석기 의원은 자진사퇴 하고 김재연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수습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 그건 중재안이 아니다. 한 쪽 안인 것이다. 그것을 뻔히 지금까지 봤는데 불가능한, 채택되지 않을 안을 내세운 다는 것은 현명한 안은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단순화시켜서 보면 동료는 자르고 자기는 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게 과연 진보냐? 국민의 눈높이, 여론의 향배가 그러니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건데 그렇게 보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정치, 기성정치의 구태의연한 모습인데 이것을 똑같이 따라하자는, 이건 완전히 진보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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