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전직 고위 관료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했다는 얘기를 흘리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재구성하면 이렇습니다.

현인택 전 장관은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 2009년 8월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해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서울을 찾았을 때 “두 번 만나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면서 “그 이후 몇 차례 대화가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임태희 전 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19일 한 종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10월 노동부 장관 시절,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을 갖고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사이에 두고 현 전 장관이 대화의 물꼬를 텄고, 임 전 실장이 이를 이어받아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물밑접촉을 바탕으로 한 달 뒤인 11월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비공식 회담이 열렸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상회담 논의가 결렬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냉각됩니다.

두 전직 관료의 이 같은 고백은 그즈음 언론에도 자주 나왔던 것이라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문으로만 떠돌던 3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의미 정도는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왜 이 시기에 이런 얘기를 꺼냈냐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실장은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자신의 무게감과 몸값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재임시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현인택 전 장관은 자신도 북측과 대화를 시도했다고 항변을 한 셈입니다.

비밀협상을 이리 쉽게 공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오죽하면 실패한 협상조차 협상인 양 버젓이 내뱉는 ‘뻔뻔함’이 있습니다. 안쓰럽게도 모두가 북측과의 대화나 정상회담 추진을 개인적 이익이나 면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상태로 빠트린 이명박 정부와 그 관료들이 이제 와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을 흘린들, 남북관계 파탄자라는 오명은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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